윤 대통령,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 지명

입력 2023-08-22 17:45:53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후임 국조실장엔 방기선 발탁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2년 전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격한 바 있어 사법부 구성 및 사법 행정, 대법원 판결 등에서 어떤 차별성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부장판사는 그간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199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인천 등 전국 각급 법원에서 판사와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그간 40여 편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발표하는 등 실무 능력과 법 이론을 겸비했고, 서울남부지법원장, 대전고법원장 등 주요 법원의 기관장을 거쳐 행정 능력도 검증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실장은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번이나 역임하는 등 32년 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온 정통 법관"이라며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장애인의 권리를 대폭 신장하는 내용의 판결로 장애인 인권 디딤돌상을 수상한 바 있고, 또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개인의 초상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판결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데 앞장서 온 신망있는 법관"이라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견지하고 '사법의 정치화'에 대해서도 경계해온 만큼 사법부의 새로운 수장이 되면 전임과 차별되는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적잖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1년 2월 대전고법원장 취임사에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며 당시 사표 수리 관련 거짓 해명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명수 대법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2월 기고를 통해 "정치가 경제를 넘어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의 정치화가 논란이 되는 시점"이라며 "법관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지나치게 강하게 관련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피해야 한다"면서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법관으로 알려져 있는 이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치적 성향 그런 것은 거의 없다"며 "진영보다는 오히려 중립적으로 대법원을 상식, 공정하게 잘 이끌어나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데 대해선 "대통령을 모시면서 주변 법조인들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이분은 한 번도 (얘기가) 안 나왔다"며 "그렇게 친한 건 아니고, 법조인으로서 한두 번 뵀을지 모르지만 자주 소통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하고, 방 국조실장 후임으로는 방기선 현 기획재정부 1차관을 내정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방문규 후보자는 정통 경제관료로,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와 뛰어난 조정 능력을 바탕으로 핵심 전략, 산업 육성 및 규제 혁신 그리고 수출 증진 등 산업통상자원 분야 국정과제를 잘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방 후보자는 행정고시(28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복지부 차관,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국조실장으로 내정된 방기선 후보자는 행정고시(34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차관, 아시아개발은행 이사를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 실장은 "방 후보자는 풍부한 정책 조정 경험을 갖추고 있어 국무조정실장으로 국정 현안을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주요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대했다.

신임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경제사령탑이 다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분 다 기재부 출신이어서 부담이 있던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 캠프 데이비드(한미일 정상회의) 갔다 온 뒤 안보, 대외 관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께선 '이제부터는 경제다', '국정의 중심은 경제다'는 차원에서 기재부에서 경제를 오래 했던 분들을 모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조실장에 내정된 안 차관 후임 기재부 1차관엔 김병환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을 내정했고, 행정안전부 차관엔 고기동 현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부시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또,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으로 이한경 현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을 내정했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김형렬 전 새만금개발청 차장(현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을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재부 1차관으로 김병환 현 대통령 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왼쪽부터), 행정안전부 차관으로 고기동 현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부시장, 행안부 재난안전본부장에는 이한경 재난관리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는 김형렬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을 내정했다고 대통령실이 22일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재부 1차관으로 김병환 현 대통령 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왼쪽부터), 행정안전부 차관으로 고기동 현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부시장, 행안부 재난안전본부장에는 이한경 재난관리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는 김형렬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을 내정했다고 대통령실이 22일 밝혔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가 개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장 추가로 8월 중에 연달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재송부 요청 시한인 24일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우 청문보고서 없이 바로 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앞서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으나 적격 여부에 대한 여야간 의견 차이로 기한 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