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때마다 국가와 지역사회에 헌신한 경북대 의대

입력 2023-08-23 06:33:00

대구의과대학 학생 6·25전쟁 참전…매년 6월 전몰 학우 추념식
1940년대 콜레라, 코로나19 팬데믹에 빛난 경북의대 희생정신

지난 4월 경북의대 100주년 준비위원회(공동위원장 권태환 경북의대 학장, 박재율 경북의대 동창회장)가
지난 4월 경북의대 100주년 준비위원회(공동위원장 권태환 경북의대 학장, 박재율 경북의대 동창회장)가 '경북의대 개교 100주년 기념 인재육성 장학금' 2천100만원을 대구시교육청 인재육성장학재단에 전달했다. 경북의대 제공

1923년 대구의학강습소에서 출발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이하 경북의대)은 지금까지 9천 명이 넘는 의사를 양성하며 우리나라 의학 발전을 위한 굵직한 기틀을 세웠다.

경북의대 한 세기의 역사는 대구경북 지역민의 열망, 지원과 더불어 성장한 우리나라 대표 명문 의과대학의 발자취로 평가받는다.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내·외에 출중한 의료인과 의학자를 양성해왔기 때문이다.

경북의대 재학생과 동문들은 나라와 지역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적극 나서 고비를 넘기는 데 이바지했다. 이들은 지난 100년 동안 학교가 대구경북 지역민들과 늘 동고동락한 사실을 기억하며,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성원을 가슴에 품고 다가올 100년을 향해 노력하고 봉사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열망과 함께 성장한 경북의대

1928년 도립대구의원이 현재의 경북대병원 자리로 신축 이전하면서, 당시 도립대구의학강습소 역시 의학전문학교로의 승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도립대구의원의 신축과 재건은 대구 지역 민간인들의 적극적인 지원 활동과 모금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도립대구의원 신축을 계기로 대구의학전문학교를 설립할 수 있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었다.

경북의대 100주년 준비위원회는 "당시 평양이 의학전문학교를 설치하는 데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나가자, 자극을 받은 대구 지역 유지들은 1926년 7월 대구상업회의소에 모여 대구의학전문학교 설치에 대구 지역민이 현금 10만원을 기부할 것 등을 결의할 정도로 열의에 차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구 유지들은 교사 신축을 크게 함으로써 평양과의 의학전문학교 유치 경쟁에 우위를 점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1931년 해부실을 신축했으며, 본관 건축을 계속 진행한 끝에 의학강습소가 의학전문학교로 승격한 직후인 1933년 12월 건물을 완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의과대학 건물로 사용 중인 경북의대 본관은 그 당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열망, 그리고 경제적 지원 속에 건립된 역사적 상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6월 경북의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최근 6·25참전 전몰 학우 추도식을 진행했다. 경북의대 100주년 준비위원회 제공
지난 6월 경북의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최근 6·25참전 전몰 학우 추도식을 진행했다. 경북의대 100주년 준비위원회 제공

◆참전으로 수많은 학우 희생

1950년에는 당시 대구의과대학에 다니던 많은 학생들이 6·25전쟁에 참전했다.

특히 같은 해 10월 평안북도 덕천 전투에서 많은 전사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경북의대에 따르면 전쟁 직전 등록 학생 299명 중 149명이 참전했고, 전사자와 행방불명자는 47명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은 전사자와 희생자는 1949년 입학생들이다.

경북의대 동창생들은 이들의 희생정신과 명복을 기원하고자 1980년 4월 의대 신관에 6·25참전 전몰 학우 추모비를 설립했으며, 매년 6월 전몰 학우 추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의대는 100주년 개교기념식을 맞아 전몰 학우 유가족을 찾는 데도 노력했다.

100주년 기념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9월 2일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개교기념식에서 경북대는 이들에 대한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

수여식에서 이두원(전문부 4년) 전몰 학우, 김정하(학부 2년) 전몰 학우, 하석진(학부 1년) 전몰 학우, 권영숙(예과 2년) 전몰 학우의 유가족이 직접 참석해 명예졸업장을 받을 예정이다.

경북의대 100주년 기념 조형물. 경북의대 제공
경북의대 100주년 기념 조형물. 경북의대 제공

◆감염병 극복을 위한 헌신

해방 후인 1946년 5월 전국적으로 일명 '호열자'(虎列刺)로 불리는 콜레라가 전국적으로 창궐했다.

이 가운데 피해가 큰 지역이 경상도, 그중에서도 대구경북이었다. 당시 대구경북에서 5천348명이 콜레라에 걸렸고 4천332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대구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도 내과를 주축으로 임상 각과 및 의과대학의 세균학 교실과 의대생들이 참여해 환자 치료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또한 그 당시 방역본부가 설치돼 있었던 경상북도 도청 청사에도 의대생들이 파견돼 진료에 대거 참여하는 등 많은 활동을 전개했다.

◆무의촌 진료봉사로 지역민 건강 '등불' 밝혀

경북의대 학생들의 지역사회 봉사활동의 전통과 역사 또한 오래됐다. 특히 의과대학의 특성상 무의촌 진료가 많이 이루어졌다.

1954년 7월 의과대학 기독학생회 소속 의대생들이 선산군 무의촌 지역에서 일주일간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주민들의 각종 질병을 치료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후 정례적으로 영양군, 울릉도, 월성군, 영일군, 금릉군, 문경군, 청송군, 예천군, 동해안 일대 등 경북 무의촌 지역을 순회하면서 진료 활동을 전개해 폐결핵 검사 및 기생충 치료 등을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의 활동은 비록 단기간의 봉사활동이었지만, 매년 사회 의료봉사활동의 전통은 계속 이어졌다.

이런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현재도 경북의대 사회봉사 동아리 학생들은 무의촌이나 어려운 처지에 처한 이웃을 지원하는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전경.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칠곡경북대병원 전경.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빛난 경북의대

경북의대 동문들이 지역사회에 끼친 선한 영향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발발한 2020년 봄, 정체불명의 감염병의 위험에 대항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온몸으로 막아낸 수많은 의료인들 가운데는 경북의대 출신들도 많았다.

특히 경북의대 52회 출신 내과의사 한 명은 2020년 3월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잃기도 했다.

박재율 경북의대 동창회장은 "무섭고 힘든 진료의 현장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환자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그 힘의 원천은 경북의대에서 오랫동안 환자 진료와 의학 연구, 그리고 지역사회 공헌을 강조해 온 훌륭한 의학 교육이 행해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성구 전 대구시의사회 회장(경북의대 53회)이 호소했던 '한 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않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을 구하고자 했던 그 행동'은 바로 경북의대의 정신을 압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북대병원 전경. 경북대병원 제공
경북대병원 전경. 경북대병원 제공

◆경북의대 동문들의 선한 영향력

경북의대 동창들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고, 경북의대가 받은 성원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지난 4월 대구시교육청에 '경북의대 개교 100주년 기념 인재육성 장학금' 2천여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100년도 지역민들과 함께한다는 각오로 지역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마중물로 장학금을 전달한 것이다.

경북의대 100주년 준비위원회는 "경북의대는 지난 한 세기를 거쳐오며 한국 의료의 큰 산이 되었다"며 "경북의대는 미래 100년에도 교육과 연구와 봉사를 통해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한 세기도 훌륭한 의사와 의학자를 양성하는 데 온 힘과 정성을 다할 것이며, 100년 역사에 걸맞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 교육과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