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담비 등 법정보호종 9종 서식 확인…"공사 시작되면 야생동물 살기 어려워"
낙동강유역환경청, 다음달부터 공사 재개…"보호 방안 마련할 것"
지역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1일 오전 10시 30분 팔현습지 강촌햇살교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팔현습지를 망치는 '삽질'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된 팔현습지 일대는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추진하는 '금호강 하천환경정비사업(금호강 사색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 예정지다. 이 사업은 2025년까지 수성구 매호동에서 동구 효목동 일원 금호강 약 4㎞ 구간에 대해 하도정비·제방보강 등 하천환경을 정비하고, 1.5km에 이르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등을 설치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이곳 팔현습지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이 잇따라 발견된다는 점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팔현습지에는 멸종위기 1급 얼룩새코미꾸리를 비롯해 수달, 삵, 흰목물떼새,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담비 등 9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생존과 서식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팔현습지는 대구의 중요한 습지라는 그 가치에 걸맞지 않게 파크골프장, 인공정원, 보도교 교량까지 들어올 정도로 이미 많은 개발이 이뤄졌다"며 "귀중한 생태자원과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는 환경부 스스로가 결자해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정비 공사가 팔현습지 일대의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엽합 의장은 "법정보호종이 무려 9종이나 서식하는 팔현습지는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만약 계획대로 공사가 강행된다면 산과 강 사이로 산책로가 들어서게 된다. 산과 강이 단절되면 야생동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대구에서 하천 수변에 삵, 수달, 담비가 공존하는 자연 서식 지역은 금호강 팔현습지가 거의 유일하다"며 "팔현습지는 금호강 유역에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마지막 습지고 미래세대를 위해 지켜야 할 중요한 땅이다. 이를 개발하겠다는 환경부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망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다만 제방 건설 공사는 다음달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산책로 조성 사업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공법으로 변경할 예정"이라며 "최근 발견된 담비에 대해서는 포유류 전문가를 섭외해 보호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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