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 작은 것이 큰 것 이기는 법

입력 2023-08-21 09:35:54 수정 2023-08-21 19:08:16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세계 경제 구조를 보면 중동은 자원을 제공하고, 유럽은 고급 제품을, 한일은 중급을, 동남아는 저급품을 생산하고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노동과 서비스를 공급한다. 미국은 제조는 하지 않고 군사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무역을 보호하는 파수꾼을 자처하는 중간상인이다. 미국은 달러를 모든 거래의 기본 통화로 만들어 금융과 대출을 통해 모든 제조 과정의 부가가치를 최종적으로 챙겨 간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는 한국과 일본을 밀어내고 유럽의 밥그릇을 위협하고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의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이제 순순히 미국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작은 나라로 전락한 러시아와 소국 연합 유럽과는 공존할 수 있지만 중국과는 공존하기 어렵다.

중국의 산업 사슬이 거대해졌다. 쥐라기 시대 공룡처럼 자원, 기술, 상품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코로나 이후 공급망 전쟁으로 이젠 기술이 아니라 자원 전쟁이다. 중국은 자원국과는 동맹을 맺지만 제품에서 경쟁 관계인 한국, 일본과는 결코 같은 동맹이 될 수 없다

맹수는 용서가 없다. 먹이를 물면 반드시 숨통을 끊어 놓는다. 한·일은 미국과 서방의 지원이 없으면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교과서이자 선생이었다. 농업국이 잘사는 비결, 자원 빈국이 잘사는 비결을 바로 옆에서 보여주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베껴 추월하고 있고 지금 한국과 일본은 미지근한 가마솥 물속에 들어간 개구리 형국이다.

전쟁에는 무역, ​​금융, 기술, 칼과 총의 사용이 포함되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것이 동원된다. 동맹도 그 하나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한국의 외교 안보에 더 단단한 병풍이 생겼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한중일은 명확한 선을 그었다.

일본은 원자재 수입 가공을 통해 일어선 세계 3위 경제대국이지만 원자재 수입 항로 29개 중 25개가 대만해협과 대만동부해협을 통과한다. 일본은 자원 보급의 생명선이 대만해협이기에 대만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핵이 없는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 북한의 핵 위협을 빌미로 일본과 한국의 무장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중국에 대응하고 미국은 제2 도련선 후미로 물러서는 전략을 세워 놓고, 대만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한국, 일본, 대만이 피 흘리고 미국은 뒤에서 장기전을 지원하는 형국으로 갈 수도 있다.

마치 대만 전쟁을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끌고 가는 형국이면 미국은 손에 피 안 묻히고 중국을 약하게 만들고 아시아를 미국의 영향권에 더 강하게 끌어넣을 수 있다. 그러고 난 후 피폐해진 중국을 미국이 손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전 세계가 위기면 모두에게 위험과 기회는 공존한다. 미·중이 박 터지게 싸우다 갑자기 미국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을 한다고 중국에 국무장관, 재무장관, 기후특사를 보내고 난리다.

길거리에서 두 계파의 보스가 칼과 몽둥이로 싸움하고 있는데 이들이 화해하는 척하면 지나가는 행인이 희생양이 되는 수가 있다. 애플과 삼성이 싸우는데 노키아가 죽었고 펩시와 코카콜라가 싸우는데 페이창콜라(非常可乐)가 죽었다.

미국의 대중 스탠스 전환에 발맞춰 유럽과 일본이 잽싸게 중국과 디리스킹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중국과 정상회담과 경제협력을 하면서 실리를 챙겼고 일본은 대규모 경제통상 사절단을 중국에 보냈다.

한국은 최대 수출 시장 중국에서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다. 작은 나라 한국, 미국과 중국 같은 큰 나라들의 전쟁 속에서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는 현명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돈을 챙기려면 전략과 정보 그리고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서방의 탈(脫)중국, 중국 위기론에 박수 치고 있을 때가 아니고 미국과 유럽, 일본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고 돈을 챙겨야 한다.

어느 집이든 읽기 어려운 책 한 권은 있게 마련이다. 중국은 공장은 있는데 기술이 없고, 미국은 기술은 있는데 공장이 없다. 한국이 병풍 자랑만 하고 있으면 돈이 안 생긴다. 한국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병풍으로 바람을 막고 대국의 약점을 레버리지 삼아 실리를 제대로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