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격차에 떠나는 경산 시내버스 기사들…배차간격, 시민 불편 ↑

입력 2023-08-15 16:05:29 수정 2023-08-15 20:48:47

대구-경산 시내버스 운전기사 임금 격차 월 50만원…복지 혜택도 차이
대구-경산 공동배차노선 1년째 감회 운행…경산 시내버스도 일부 감차
업체들 "지자체 재정지원 필수"…市 "비슷한 수준까지 임금 맞추도록 노력"

경산시장 버스 정류장에서 840번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대구~경산을 오가는 공동배차노선 중 하나인 840번은 지난해 8월 22일부터 지금까지 경산 시내버스 업체의 인력난으로 인해 감회 운행 중이다. 김주원 기자
경산시장 버스 정류장에서 840번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대구~경산을 오가는 공동배차노선 중 하나인 840번은 지난해 8월 22일부터 지금까지 경산 시내버스 업체의 인력난으로 인해 감회 운행 중이다. 김주원 기자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버스 운전을 안정적으로 하는 연차만 되면 다른 곳으로 많이 빠져나간다. 경산은 대구에 있는 시내버스 업체 운전연수장이 된 것 같다." 경산 한 시내버스 업체에서 나온 얘기다.

지역 간 임금 격차로 중소도시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내버스 일부 노선이 운행 횟수를 줄이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시내버스 업체는 빠져나가는 기사들을 막을 수 없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최소한의 교통서비스를 유지하려면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15일 경산 시내버스 A업체에 따르면 해당 업체의 버스 기사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250여명이었지만, 매년 퇴직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220명으로 12%가량 줄었다. 민영으로 운영하는 경산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대구와 비교해 임금이나 복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와 경산의 시내버스 운전기사 임금 격차는 월 5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는 자녀 대학등록금과 같은 복지 혜택도 제공해 실질적인 차이는 더 크다.

이런 이유로 B업체 역시 인력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B업체 관계자는 "시내버스 60대를 운영 중인데 기사가 없다 보니 1년 전부터는 30%는 차고지에 그냥 서 있다. 예전만큼 신규기사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달 기준으로 경산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268명으로 인가 대수는 205대다. 기사들이 주 52시간을 일해 초과운행 없이 정상적으로 운행하려면 산술적으로 360명이 필요한 것으로 경산시는 추산하고 있다.

결국 기사 수급이 어려운 시내버스 회사들이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버스 배차 간격이 늘었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경산 시내를 다니는 100번, 991번 등 일부 노선은 지난 7월부터 감차에 들어가면서 이달 11일까지 일일 운행 횟수가 6회 정도 줄었다.

대구~경산을 오가는 5개 공동배차노선은 1년째 감회 운행 중이다. 같은 생활권인 대구와 경산은 1982년부터 같은 노선을 복수의 버스회사가 운행하는 '버스 공동배차제'를 시행하고 있다.

708, 840, 939, 509, 814번 등 해당 버스들의 종점은 경일대, 대구대 등 지역 대학교로 학생들의 접근성과 이동성을 책임지는 노선이다. 이들 가운데 509번을 제외한 4개 노선에서 경산 버스업체가 많게는 4대까지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내버스 배차 간격이 2~3분 늘어났다.

한 버스회사 홈페이지 고객센터 게시판에는 지난 6월 "대구가톨릭대학교 정류장에서 708번을 26분째 기다리고 있다. 휴대전화로 도착 시간을 보니 15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나온다"며 "배차 간격이 30분을 넘어가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제발 좀 줄여달라"는 민원이 올라와 있었다.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사들의 이탈을 막을 유인책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경산 시내버스 업체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각종 유지비도 오르면서 기사들이 원하는 만큼의 임금을 맞춰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산 시내버스 업체들은 남은 기사들이라도 붙잡으려면 시의 재정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경산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지난 6월에만 6명이 그만두는 등 기사 이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임금협상을 통해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들의 임금을 적어도 대구의 90% 수준까지는 맞추는 등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일시적으로 배차간격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산시에는 조속히 배차 정상화를 요구하고, 내년에 노선 개편 시 해당 노선의 배치시간 조정도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