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잼버리 책임 공방…文 참전으로 신구 권력 갈등 비화되나

입력 2023-08-14 17:56:25 수정 2023-08-14 19:13:06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새만금 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론을 두고 14일 거센 공방을 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구 권력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가 새만금 개발을 위해 잼버리를 악용했다며 더불어민주당에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강원 원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총체적 무능과 실패로 끝난 잼버리'라고 우기면서 책임 전가에만 매달리고 있다. 아마도 조사에 들어가면 들킬 수밖에 없는 구린 구석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하게 된다"며 "세금을 도둑질한 자가 있다면 그 소속과 지위,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돈을 떼어먹은 자가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멀쩡한 장소를 놔두고 다른 꿍꿍이로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는 뻘밭에 장소를 선정한 데다 중앙 정부 예산 빼먹기에 골몰하며 대회 준비를 해외여행 찬스로 이용하고, 방만한 예산 운영으로 정작 대회 준비를 소홀히 해 잼버리를 망칠 뻔한 주범이 누군지를 다 아는데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띄우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계 청소년이 보는 앞에서 남 탓만 하는 모습이 잼버리 사태보다 더 부끄럽다"며 "최소한 이 정부 들어 있었던 준비 부족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의 필요성이 충분하다"며 "다시는 국제 행사로 국격이 추락하고, 국민이 상처받고, 또 앞에서 '네 탓'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었다.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썼다.

잼버리 사태 파행 원인을 두고 사실상 윤 정부의 준비 부족을 꼬집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통령이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현실정치에 간접적으로 재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내년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 이재명 체제가 사법리스크, 혁신위 논란 등으로 계파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자 문 전 대통령이 야권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문계와 비명계가 뭉칠 경우 향후 정국이 신구 권력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의 정치 관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