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강제입원 논란… "조기 치료해야" vs "편견 강화"

입력 2023-08-09 17:47:36 수정 2023-08-09 18:11:37

잇따른 흉기난동 피의자 정신질환 병력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강제입원 한계

경찰이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찰이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구속)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성남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최원종. 연합뉴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 의한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조기에 격리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환자의 인권보장을 강조하며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의 강제입원 요건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분당 서현역에서 14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최원종(22)은 2015~2020년 병원에 다니며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등 치료를 받았다. 최원종은 2020년에는 조현성 인격 장애(분열성 성격 장애) 진단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약 복용을 하지 않았고 진료도 이어가지 않았다.

지난 5일 대전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 A씨 역시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에서 입원 치료를 권했지만 입원하거나 치료받지 않았다.

동대구역에서 흉기를 들고 다니다 체포된 30대 B씨 또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았다.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B씨는 '누군가를 죽이려고 동대구역에 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의 정신질환 치료 사실을 확인하고 진료 기록를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이들에 의해 강력 범죄가 발생하자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신질환자 입원 등에 관해 규정하는 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 개정되면서 강제입원 요건이 까다로워졌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박승현 대동병원(정신의학 전문병원) 부원장은 "정신과 질환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범죄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고 방치해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흉기난동과 같은 강력범죄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제 입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법원이 입원을 결정하는 '사법입원'을 도입해야한다는 지적도 높다. 현행법상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응급 입원'과 시·군·구 지자체장 권한으로 이뤄지는 '행정 입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소송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동우 인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치료가 지금은 가족들에게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위험성이 높은 환자는 사법입원 등을 통해 법조인 등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신질환과 범죄의 인과관계를 강조할수록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강화돼 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대한조현병학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조현병과 범죄를 연관짓는 것은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를 더 기피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