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담긴 비닐봉투 8~9개 쌓인 채 방치…악취에 파리 들끓어
2년간 민원 제기했지만, 담당 지자체 소극적 대응에 주민들 속앓이
전문가들 "소유자 사육·의무 관리…동물 학대로 볼 여지 있어"
대구의 한 주택가가 15마리에 이르는 반려견을 키우는 이웃 주민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많은 개들이 내뿜는 소음과 배변 냄새로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 4일 오후 1시쯤 찾은 동구 신암동 인근 한 주택가. 식당과 인쇄소 사이로 난 골목에 들어서자 반려견의 배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옅은 바람이 불어오자 악취는 더 심하게 진동했다. 대문 앞에는 배변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 8~9개가 쌓여있었고 파리 떼가 들끓었다.
인근 주택 옥상에 올라가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7~8마리의 강아지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해당 주택가 주변에는 식당과 편의점, 마트와 인쇄소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교미하는 시기가 되면 밤낮 가리지 않고 한 열흘은 계속 짖어대는 탓에 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지금 같은 한여름에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배변 냄새가 진동해서 문도 제대로 열어둘 수 없다. 언제까지 이 고통에서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해당 주택가에서 반려견으로 인한 갈등이 시작된 건 2년 전이다. 인근에 있는 한 빈집에 세입자로 들어온 남성이 반려견 10여 마리를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암수 구분이나 중성화 수술 없이 주택 1~2층에 강아지를 풀어놓고 키우는 탓에 새끼를 낳으면서 그 수가 늘어났고 소음과 배변으로 인한 악취는 더 심해졌다.
또다른 주민은 "개 주인은 근처에 원룸에 살면서 사료를 줄 때만 이 곳에 온다"며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냄새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지경이라며 지난 2년간 끊임없이 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동구청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소극적인 대응만 이어가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반려견의 소음 등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행정적으로는 현행법상 사육환경 개선에 관한 요구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며칠 간격으로 현장에 나가서 배변 청소 등을 독려하고 있지만, 그 외에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반려견의 주인인 A씨는 소음이나 악취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지금 키우고 있는 15마리 모두 유기견인데 좋은 의미로 보살피고 있다"며 "밤에 개들이 짖는 것은 골목에서 인기척을 느껴 그런 것이고, 여름이고 장마철이다 보니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으로 구청 직원들이 여러 차례 현장을 나왔지만, 배변 청소 외에 별다른 지적사항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사육 환경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개체 수가 두 자릿수를 넘어가면 자가 번식을 통해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한다"며 "최소한 중성화라도 시켜야한다. 법에 따라서 충분히 동물 학대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기창 대구보건대학교 반려동물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암수 구별이나 중성화 수술 없이 기르는 사육현장은 동물복지에 위배될 수 있다"며 "소음‧악취 문제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면 지자체가 중재하고 소유자에 대한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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