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잼버리 개최 마이너스 경제 효과

입력 2023-08-06 19:33:01 수정 2023-08-06 19:36:47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가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 대회 가운데 이번만큼 논란을 빚은 행사가 또 있는지 기억이 없다. 대회 경제 효과가 6천억 원이라는 장밋빛 기대는 무색해지고 나라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근본적으로 간척지인 새만금은 대규모 야영 대회를 치르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다. 땅 높이를 대대적으로 높이거나 배수시설 공사가 필요했지만 잼버리 개최 이후 부지를 반납해야 했기에 대규모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전해진다. 최근의 최악 폭우로 행사장 곳곳이 물웅덩이, 진흙밭이 됐으니 진 자리 많아도 마른 자리가 부족했다.

사진상으로 현장에는 온열질환으로부터 스카우트 대원들을 보호할 나무도, 그늘막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습한 땅인지라 벌레들이 득실댄다. 화상벌레 등에 의해 온몸을 물린 스카우트 대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진 및 의료시설이 태부족하고 식사 부실 논란, 코로나19 감염, 바가지 상혼, 보도 통제 등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떤 연유로 새만금이 대회 장소로 결정이 났으며 준비 과정은 왜 이리도 구멍이 난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 여러 논란이 있기 때문에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새만금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9월 잼버리 국내 유치 후보지로 결정 났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8월 16일 아제르바이잔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개최지로 확정됐다.

하지만 새만금이 잼버리 국내 후보지로 거론될 때부터 간척지에서 국제 야영 대회가 가능하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새만금 간척지 개발론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새만금 개발을 위한 명분과 재료로 잼버리 유치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마저 없지 않다.

이왕 새만금으로 장소가 정해졌다면, 핸디캡 극복 대책에 더 많은 공을 들였어야 했다. 간척지에서 대규모 야영 대회를 성공시켰다면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회 준비에는 6년여 시간(문재인 정부 5년, 윤석열 정부 1년 3개월)이 주어져 있었다.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준비 부족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위정자들은 잘 차려진 밥상에는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 그러다가 돌아가는 모양새가 수상하면 발을 빼고 남 탓 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런 모습이 엿보인다. 목하 '현 정부 VS 전 정권'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 정권들에 잘못이 있더라도, 대회 준비 부실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게다가 대회 조직위원장 5명 가운데 3명이 현직 장관이 아닌가.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급한 것은 남은 기간이나마 잼버리를 무탈하게 치러내는 것이다. 정부와 조직위, 전북도는 여기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어렵사리 잼버리를 유치해 놓고 "마이너스 6천억 원짜리 행사를 했다"라는 소리를 들어서야 쓰겠는가.

아울러 수천억~수조 원 경제 효과 운운해 가면서 보여주기성 국제 이벤트 유치에 매달리는 강박증에서 이제 벗어날 때도 됐다. 막대한 돈을 쓰고도 실속이 없거나 국격이 추락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