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리역 칼부림' '서현역 한남 20명' '잠실역 아침' 등 범행 예고글 잇따라

입력 2023-08-03 22:36:03 수정 2023-08-04 15:39:26

경찰 "작성자 추적중"

수인분당선 오리역
수인분당선 오리역 '칼부림' 범행 예고글. 온라인 커뮤니티
수인분당선 오리역(아래), 서현역(위) 위치. 네이버 지도
수인분당선 오리역(아래), 서현역(위) 위치. 네이버 지도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인분당선 서현역 인근 AK플라자 분당에서 23세 나이의 배달원 출신 남성 최씨가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을 벌여 14명의 부상자(3일 오후 10시 집계 기준)가 발생한 가운데, 같은 수인분당선 및 분당 지역의 '오리역'에서 비슷한 '칼부림'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 글이 온라인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해당 글에서는 당장 내일인 8월 4일 오후 6~10시를 범행 시기로 예고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불금'인 까닭에 여가를 즐기는 유동인구가 증가하는 시간대다.

오리역 주변에는 CGV 오리점과 홈플러스 분당오리점 등 다중밀집시설들이 위치한 것을 비롯해 식당 등 상점가도 형성돼 있다.

글에서는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 나를 죽이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죽이겠다"고 했다.

수인분당선 오리역을 범행 장소로 지목한 이유로는 지인과의 애정 관계 문제를 가리키는듯한 뉘앙스로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이라며 "너가 아는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밝혔다.

글 뒤 배경에는 회칼(일명 '사시미칼')을 든 이미지가 깔렸다. 이 사진에서 칼을 든 손이 글 작성자의 손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글은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직후 언론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성남 분당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됐고, 이에 오후 6시 42분쯤부터 경기남부경찰청 112 종합상활실에 관련 신고가 여럿 접수됐다.

서현역 사건이 발생하자 불안감을 느낀 지역 주민들의 신고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경찰은 해당 글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아울러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오리역 일대에 기동대 1개 중대, 순찰차 및 형사기동대 차량 등 경찰력을 배치했다.

▶심지어 얼마 지나지 않은 이날 오후 7시 9분쯤에는 사건이 발생한 서현역을 지목, 역시 8월 4일을 가리키며 "서현역 금요일 한남들 20명 찌르러 간다"고 적은 글을 게시됐다.

여기서 '한남'은 앞선 서울 관악구 2호선·신림선 신림역 칼부림 사건 발생 후 디시인사이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수요일날 신림역에서 한녀 20명 죽일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참고해 한국 여성에 대한 비하성 표현인 '한녀'에서 가리키는 성별을 남성으로 바꾼 표현으로 해석된다.

2·8호선 잠실역
2·8호선 잠실역 '칼부림' 범행 예고글. 온라인 커뮤니티

그보다 앞서선 서울 송파구 지하철 2·8호선 잠실역을 지목한 테러 예고글이 올라왔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역시 서현동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직후였던 이날 오후 7시 2분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죽일거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과연 너따위가 나의 칼부림을 막을 수 있을까??"라고 짧게 밝혔고, '아침'이라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 범행 실행 시각 등은 예고하지 않았다.

여기서 적은 '20명' 역시 '신림역 한녀 20명' 예고글에서 따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예고글들은 서현역 사건이 화제가 되자 네티즌들의 주목을 얻으려는, 시쳇말로 '관종' 성향의 글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순 없기 때문에 주민들과 관할 경찰 등 당국의 걱정이 향할 수밖에 없다.

▶한편, 올해 들어 '칼부림 사건'이라는 키워드로 모두 수인분당선에 위치한 3개 역이 시선을 모으는 모습이다.

올해 3월 3일 오후에 37세 여성이 열차 내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역 칼부림 사건과 8월 3일 발생한 서현역 사건에 이어, 같은 분당구에 위치한 오리역에서, 또 재차 서현역에서 칼부림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글이 올라온 것이다.

여기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은 서울 신림역 사건까지 더하면, 사건이 모두 지하철(도시철도)역에서 발생한 만큼, 자칫 지하철역 등 다중밀집 대중교통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