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5일부터 9일간 교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보니 1만1천628건의 사례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 중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경우가 57.8%(6천720건)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폭언·욕설을 듣는 경우도 19.8%(2천304건), 업무 방해·수업 방해를 받는 경우 14.9%(1천731건), 폭행 6.2%(733건)에다 심지어 성희롱·성추행 1.2%(140건)까지 나왔다.
개별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힌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자해로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학부모는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했다. 충북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에게 "임신시키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3일 서울에서 이 조사 결과를 갖고 기자회견을 연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더 이상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참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가 폭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교권 침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미흡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 1천315곳에 재직 중인 교원 2만2천8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6일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에서도 교사 4명 중 1명꼴로 이 같은 지적을 했다.
교사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스승으로서의 역할만 강요받는 부조화된 권리·의무 체계가 교단을 무너뜨렸다. 명확한 기준 제시를 통해 교단이 가져야 할 권리 체계를 구체적인 방법으로 확정해 줘야 한다. 교육부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범위를 명시한 제대로 된 고시를 2학기 개학 전 내놔야 하고 국회도 교원지위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교권 보호 관련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존자원 없는 우리나라가 빈곤국에서 탈출, 선진국 대열에 오른 것은 교단의 무한한 헌신이 창조해 낸 인적 자원 역량 덕분이었다. 교단이 지금처럼 유린된다면 학습권 보장이 어렵고 첨단 기술 인재는커녕, 민주 시민도 절대 길러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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