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지음/창비 펴냄
몇 년 전 한국 사회에 '수저 계급론'이 등장했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그리고 흙수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어떤 가족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그 속에서 우리는 '부모 찬스'로 인한 불공정에 분개하다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자조에 이르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저자 김지혜 교수의 두 번째 저서다. <가족 각본>. 김 교수는 전작에서 일상 속의 차별과 혐오를 날카롭게 들여다봤다면 이번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 온 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불평등을 추적한다.
개인의 삶을 운명 짓는 견고한 '가족 프레임'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가족 환경으로 인생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현실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불변의 조건으로 여긴다. 가족제도의 불합리함, 그로 인한 불평등은 개인의 책임이나 운으로 돌려지는 사회다.
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가족에 의문을 제기한다. 왜 결혼을 출산의 필수조건이라 여기며, 성별이 같은 사람은 왜 가족을 이룰 수 없고, 부와 모가 양육하지 않은 아이는 왜 어쩔 수 없이 불행할까 의문을 던진다. 이 질문을 따라가 보면 가족은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며 차별하는 재생산하는 제도이자 구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 가족 해부도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가족각본에서 부여한 며느리의 역할이 무엇이고 왜 하필 여성이 그 역할을 안게 됐는지 질문한다. 2장은 결혼을 하면 출산이 당연하고,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해서는 안된다고 여기는 공식을 파헤친다. 3장은 장애인, 한센인 등 어떤 사람들의 출산과 출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국가의 잔인한 과거를 들여다본다. 4장은 아이에겐 엄마와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익숙한 관념을 드러내고 5장에서는 국가가 공교육을 통해 어떤 성 관념을 규율을 전파해 왔음을 설명한다. 6장은 부양의무와 상속, 세금 제도 등 가족각본을 공식화하는 법과 제도를 살핀다.
이런 분석을 통해 <가족각본>은 묻는다. 이제 가족각본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24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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