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도깨비' 경로, '일본행' 대세지만 제주·부산행 가능성도

입력 2023-08-02 23:11:25 수정 2023-08-03 01:01:38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가 '도깨비'처럼 변화하고 있다.

앞서 북서진을 해 중국 상하이 일대로 간다더니, 급작스럽게 반대편 북동진 경로를 밟아 일본 큐슈 일대로 간다는 예상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한반도 북상 예측 역시 건재하다.

2011년 8월 초 9호 태풍 무이파 예상경로(빨간 실선)와 실제 이동경로(검은 점선). 동쪽으로 좌표를 옮긴 맥락이다. 기상청
2011년 8월 초 9호 태풍 무이파 예상경로(빨간 실선)와 실제 이동경로(검은 점선). 동쪽으로 좌표를 옮긴 맥락이다. 기상청

▶사실 태풍 진로에 대해선 주변 고기압 배치 변화에 따라 예상이 좀 바뀌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지금과 같은 2011년 8월 초에 북상한 9호 태풍 무이파의 경우 기상청은 중국 내륙행을 예상했으나, 실제 경로는 좌표를 조금 우클릭한 서해상이었다.(위 이미지 참조)

그런데 이와 비교, 현재 태풍 카눈에 대한 각국 기상당국 예상은 수시로 바뀌는 데다 한반도 서쪽이냐 동쪽이냐 아예 내륙 진입이냐 천차만별이다.

일단 2일 저녁 기준으로 한·일·미 기상당국은 큐슈 남쪽 바다로 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불과 사나흘 전만 해도 한·일·미 기상당국은 한 목소리로 상하이행을 언급한 바 있다.

이렇듯 대세의견은 '지구 마음'인 주변 고기압 배치 등 기상 변화에 따라 뒤집힌다.

현재 동북아시아 일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세력 싸움이 태풍 카눈의 진로를 결정하고 있는데, 각 기상 예보 모델이 이 싸움에 서로 다른 베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태풍이 좀 더 가까이 다가와야 예상경로 역시 굳어질 수 있고, 이때까지는 여러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기상청 2일 오후 10시 발표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기상청 2일 오후 10시 발표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일본기상청 2일 오후 9시 발표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일본기상청 2일 오후 9시 발표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우선 우리 기상청은 2일 오후 10시 태풍 카눈 예상경로를 업데이트했다.

직전 오후 4시 예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서쪽 240km 해상에 위치, 강도 '매우강'을 나타내고 있는 태풍 카눈은 8월 3~4일쯤에 걸쳐 대만 북동쪽 동중국해에서 현재의 북서진 경로를 북동진 경로로 크게 전환한다.

이어 6일까지 오키나와 군도 여러 곳에 영향을 주고, 7일엔 일본 큐슈 남쪽 해상에 위치하게 된다.

즉, 현재 오키나와 지역에 수많은 사상자 등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만들고 있는 태풍 카눈은 일시적으로 동중국해에 머무르다 재차 오키나와 북동쪽 오스미 제도, 토카라 열도 등에 직접 영향을 주며 일본 본토 남쪽 해상으로 향하는 수순이다.

오키나와로서는 태풍이 현재 북서진 경로로 관통하는데다, 다시 북동진 경로로 여러 섬에 영향을 주게 돼 '최악'의 상황이다.

이는 1시간 앞선 오후 9시에 나온 일본기상청 예보, 같은 시각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예보에서도 마찬가지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 예상 6호 태풍 카눈 8월 9일 낮 12시 위치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 예상 6호 태풍 카눈 8월 9일 낮 12시 위치
ECMWF Ensemble 모델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8월 2일 예상 기준
ECMWF Ensemble 모델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8월 2일 예상 기준

▶이들 3국 기상당국의 8월 7일까지 예상경로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선을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이 그리고 있다.

태풍 카눈이 일본 본토 남쪽 태평양 바다를 북동진, 9일 낮에는 도쿄 등 수도권(간토 지역)을 스치거나 관통할 것으로 본다.

역시 선이 이어지는 ECMWF의 Ensemble(앙상블) 모델에서는 태풍 카눈이 계속 일본 본토 남쪽 바다를 따라 가는 게 아니라, 시코쿠 서쪽~오사카·교토 일대(긴키 지역)을 관통, 일본 혼슈 북쪽 해상(우리나라 동해 먼 바다)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

미국기상청(GFS) 모델 예상 6호 태풍 카눈 8월 11일 낮 12시 위치
미국기상청(GFS) 모델 예상 6호 태풍 카눈 8월 11일 낮 12시 위치

▶그런데 GFS(미국기상청) 모델은 태풍 카눈이 오키나와 군도를 따라 북동진을 하다 다시 북서진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본다.

즉, 현재의 북서진 경로를 8월 3~4일쯤 동중국해에서 정체하며 북동진으로 꺾은 후 8월 8~9일쯤 오키나와 북동쪽이자 큐슈 바로 남서쪽에서 재차 정체하며 북서진으로 또 꺾는다는 얘기다. 마치 알파벳 'Z'자처럼.

여기서 북서진 경로를 선으로 확장하면, 11일 낮 제주도 서쪽 해상 좌표가 찍힌다.

참고로 7월 말에만 해도 3국 기상당국 및 ECMWF 모델이 공통으로 중국 상하이행을 가리키며 '대세의견'을 형성한 당시, GFS 모델은 제주도~서해안행 '소수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때는 오키나와 본섬(오키나와 군도의 중앙)을 북서진으로 관통해 그대로 제주도~서해안까지 갈 것으로 봤으나, 현재는 오키나와 북동쪽(및 큐슈 남서쪽)까지 갔다가 다시 우리나라 서쪽 지역으로 올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GFS Ensemble 모델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8월 2일 예상 기준
GFS Ensemble 모델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8월 2일 예상 기준

▶한반도 북상을 전망하는 예측도 있다.

GFS의 앙상블 모델은 태풍 카눈이 오키나와 북동쪽이자 큐슈 바로 남서쪽까지 온 후, 거의 정북진, 대한해협을 지나 우리나라 부산과 경남 거제 일대 동남해안을 통해 상륙, 동남부 지역 내지는 동해안 일대를 타고 북상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