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 이에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월 발생한 인천의 GS건설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철근 누락'이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무더기로 확인됐다고 전날 밝힌 자리에서 "설계 및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의뢰, 고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 발표 내용에 따르면 LH가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91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 점검한 결과 15개 단지(16.5%) 지하 주차장에서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이 드러났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철근을 쓰지 않은 것이다. 이 구조는 지하 주차장을 넓게 하기 위해 2017년부터 대규모 고가 아파트 위주로 보편화됐다.
문제가 된 단지는 수도권 8곳, 지방 7곳이며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 곳도 점검 중으로 8월 중 결과·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철근 누락이 추가 발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LH는 시공 과정은 물론, 설계·감리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LH는 발주만 했지 설계·감리 등 관리에 관심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세계적 명품 건축·토목 구조물을 만들어낸 우리 건설업계가 철근을 빼먹은 '순살 아파트' 논란에 휩싸인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몇 푼의 이윤에 집착, 설계·시공·감리에서 총체적으로 발생한 탐욕의 결과물이라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영끌'까지 해서 장만한 내 아파트가 순살 아파트라면 입주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낌은 물론, 분통이 터져 밥도 안 넘어갈 것이다. 정부는 실태를 낱낱이 밝히고 무관용의 자세로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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