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죽지도 않고 또 왔다…대구경북 지난주 3만3천여명 확진

입력 2023-07-31 15:55:40 수정 2023-07-31 19:18:19

7월 4주 신규확진 대구 16,399명, 경북 16,679명…한달 새 각각 2.3배 ↑
기존 백신 면역력 떨어졌고 XBB 변이 막기도 힘들어…고령층에 치명적, 비상
가을 재유행 우려에 정부 '감염병 등급 하향'도 비상, 노인 접종 유도 등 대책 필요

코로나19 확진자가 5주째 증가하고 있다. 31일 대구 달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확진자가 5주째 증가하고 있다. 31일 대구 달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직장인 이아연(가명·33) 씨는 주말 내내 앓아 누워야 했다. 감기 기운이 있는 조카 두명을 돌보던 중 목이 따가워 병원을 찾았다가 조카들과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코로나가 없어졌고 굿바이 코로나인 줄 알았다. 찾아간 병원에 코로나 환자들이 몰려 진료가 늦어졌다"며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했다.

한동안 잦아들던 코로나19가 재차 확산일로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의 지자체들은 방역과 '코로나 포비아(공포증)'에 비상이 걸렸다. 고령층을 비롯한 취약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데다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31일 발표한 '코로나19 주간 발생현황'에 따르면 7월 4주차(24~30일) 신규 확진자는 대구가 1만6천399명(해외유입 19명), 경북이 1만6천679명(해외유입 3명 포함)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따른 누적 확진자는 대구가 144만5천798명, 경북이 151만4천278명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가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대구에서는 ▷1주차 6천888명(사망 1명) ▷2주차 9천56명(사망 3명) ▷3주차 1만2천788명(사망 3명) ▷4주차 1만6천399명(사망 2명)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도 ▷1주차 7천59명(사망 1명) ▷2주차 9천679명(사망 1명) ▷3주차 1만4천명358명(사망 4명) ▷4주차 1만6천679명(사망 11명) 등으로 늘었다.

이는 각각 한달 새 대구가 2.38배, 경북이 2.36배 뛴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감염병전담 치료병상 가동률은 대구 30.4%, 경북 25%로 모두 여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셋째 주(7월 16∼22일) 확진자는 25만3천825명으로 전주 대비 35.8% 증가했다. 4주 연속 증가세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셋째 주(7월 16∼22일) 확진자는 25만3천825명으로 전주 대비 35.8% 증가했다. 4주 연속 증가세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현재 유행 규모가 지난 겨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기온이 높아 바이러스 활동성이 낮은 여름에도 확산세가 큰 점을 고려하면, 기온이 내리는 오는 가을부터 또 한 번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유행하는 오미크론 변이 XBB 1.5는 기존 국내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이 막기 힘든 신종 변이로 알려졌다. 정부가 오는 10월 XBB 변이를 막을 새 백신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그 전까지는 개인 방역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검사·접종·격리 의무 등이 완화하면서 증상이 있어도 검사받지 않는 사람이 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력도 다시 떨어져 재유행 우려는 더욱 커진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편의점 진단 키트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7월 1일부터 25일까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편의점 진단 키트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7월 1일부터 25일까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연합뉴스

감염자가 급증하면 고령자 등 취약 계층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 경계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치명률은 독감과 비슷한 0.03%가량에다 위·중증화율이나 사망률도 높지 않지만, 코로나19는 독감과 달리 고령층에게 특히 위험하다는 차이가 있다.

실제 4주차 들어 대구에선 80대 이상 2명이 숨졌고, 경북에서도 60대 2명과 80대 이상 9명이 사망했다.

고령 인구가 많은 경북에선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4주차 기준 신규 확진자가 3천명씩 급증한 포항시(3천737명), 구미시(3천113명)와 1천명을 넘긴 경산시(1천853명), 경주시(1천718명), 안동시(1천69명)는 물론, 인구 대비 확진자가 대거 나온 칠곡군(775명)·의성군(380명)·고령군(226명)도 확산세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시는 이날 누적 확진자가 1만1천21명을 기록하며 전월 말 대비 238% 증가했다고 밝혔다. 본격적 휴가철이 시작한 뒤 지난 25일 하루동안 가장 많은 74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시는 에어컨 가동에 따른 실내 환기 부족과 휴가철 유동인구 증가 등이 주된 원인이라 보고, 학원·상가 등 밀집지역에 대해 잦은 환기와 개인별 방역수칙 안내 등 홍보롤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정 해수욕장 내 바다시청 구호소에 간호인력을 배치, 코로나19 의심 증상에 대한 상당 및 병원 안내를 병행할 계획이다.

경상북도가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보건의료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가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보건의료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경북도 제공

정부의 '코로나19 등급 하향 조정' 등 대응 완화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르면 8월부터 감염병 등급을 4등급으로 하향 조정, 대형 의료기관과 요양원 등 감염 취약시설에 일부 남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권고'로 완화할 예정이었다. 검사비·치료비도 대부분 개인 부담으로 바꾸기로 했다.

일각에선 감염병 등급을 낮추기에 앞서 고령자와 취약시설 입소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10월 XBB 변이 기반 백신의 고령층 접종률을 높일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민들께서는 기침 예절과 손씻기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 착용 후 의료기관에서 진료 및 치료를 받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