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칼럼] 이게 조폭이지, 정당인가?

입력 2023-07-30 15:06:27 수정 2023-07-30 18:32:14

전 국회의원

윤희숙 전 국회의원
윤희숙 전 국회의원

코믹하면서 비정한 드라마가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딱 그렇다. 진술 번복과 재번복, 법정 부부 싸움, 입막음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분주한 시도들은 자신의 삶을 파멸시키지 않으려는 개인의 안간힘을 거대 정당이 얼마나 하찮게 취급하고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방해하는지 보여준다.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온 정당이 실제로 하는 짓은 '사람은 도구일 뿐'이라는 저울질뿐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최근 진술을 번복한 것은 애초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송금 과정이 상세히 기재된 국정원 문건이 확보됐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진술을 바꾸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로서는 사면초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가중처벌의 독박을 쓰느니, 진실을 말함으로써 자기 죄만큼의 책임만 지겠다는 심경 변화는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그가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쌍방울 측에 요청했고, 방북비용 대납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 편의 블랙코미디가 시작됐다. 민주당에 보낸 배우자의 탄원서와 이 전 부지사의 옥중 자필 편지에 따르면, 진술이 다시 재번복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주요 내용은 여전히 불명확했기 때문에 재번복의 배경이 무엇인지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이유로 지난 25일 재판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는데, 막상 재판이 끝난 후에 더 큰 관심이 쏟아졌다. 변호인을 독단적으로 해임하려 한 배우자가 "정신 차려라" "이런 식이면 뒷바라지는 없다"는 협박 비슷한 발언을 남편에게 했을 뿐 아니라, "이게 이화영 재판이냐 이재명 재판이냐"며 당대표 옹호성 항의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재판은 파행됐고, 이재명 대표가 방북비용 대납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막혀 버렸다.

이렇게 일단 입을 막아 시간을 벌어 놓은 후, 다음 재판이 열리는 8월 8일까지 배우자뿐 아니라 민주당 정치인까지 총동원돼 이 전 부지사의 마음을 돌리려 갖가지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직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수원지검을 찾아 항의 농성을 했다. 겉으로 검찰을 언급했을 뿐, 이화영 전 부지사를 향한 압박임이 뻔하다. 정말로 동료를 염려했다면,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언급된 뒤에야 화들짝 찾아가 농성할 이유가 없다. 제3자 눈에도 뻔히 보이는 게 당사자 눈에 안 보일까. 이 전 부지사 측은 "부담스럽다. 그 전엔 별로 신경 안 쓰다가 이 대표가 연결돼 언론에 많이 나오니까 (의원들이) 급하게 오신 게 아닌가"라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화영 개인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진술을 번복하듯,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이 재판받는 당사자를 압박하며 진술을 재번복시키려 하는 것도 인지상정으로 이해하고 넘어가 줘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민주당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며 공당이다. 공적인 가치에 위배되는 행동은 용인될 수 없으며, 선택지에 놓인 개인을 조직이 억압하는 것은 전체주의 폭력 그 자체다. 현직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에 대해 "다수당이 자기 편에 불리한 진술을 뒤집어 보려고 드러눕고 압박하며 시위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행태"라 평했다. 염치도 없고 선례도 없는 사법 방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태의 핵심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정도의 몰염치를 공당이 자행하는지이다. 이재명 당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이미 수원구치소 수용번호를 명시한 카드를 유포하며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손 편지, 이메일, 영치금을 보내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예민한 진술을 앞둔 피고인에게 응원하는 척 무더기로 편지를 보내는 것은 재판을 끝내고 징역 사는 이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당신의 입을 우리가 모두 주시하고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협박이 아니고 무엇이랴. 당대표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이라고 다른 이의 인생에 이렇게까지 함부로 개입하는가.

사법 리스크를 잔뜩 짊어진 당대표 개인을 보호하는 것은 공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이해일 뿐이다. 한 사람의 사적인 이해를 위해 절박한 처지의 다른 개인을 조여 대는 것은 당당하고 반듯해야 할 정당의 행동으로 부적절하다. 조폭이나 하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