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존치 입장 무게 더 실려…경북 농민들 "큰 도움 보가 효자"
최근 집중호우 속 낙동강 보 일대 수위조절 성공…하천범람 없어
충남, 전북 등 4대강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지류와 지천 제방 무너지고 홍수 피해
올해 기록적 장마와 극한호우가 잇따르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가 '물그릇' 역할을 하면서 홍수 예방이 재차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부가 지난 정부에서 해체 결정을 내렸던 보에 대해 존치 입장을 피력, 보 효과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23조원을 들여 낙동강과 한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한 대규모 토목 사업이다.
낙동강 경우 상류 안동댐에서 하류 하구둑까지 334㎞ 구간 강바닥을 평균 깊이 6m씩 준설했다. 대구경북에는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 등 6개 보가 들어섰다.

25일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보면 기압골 영향으로 장맛비와 극한호우가 이어진 지난 4일 이후 이날까지 대구경북 낙동강 일대 상주, 의성, 구미, 칠곡, 강정고령보는 홍수와 범람 피해 없이 모두 유입량에 맞먹는 방류량을 유지하며 수위 조절에 성공했다.
경북 북부에 해당하는 상주보를 보면 일대 일일 강수량이 109㎜를 기록한 지난 14일 이곳에는 1초당 1천905㎥의 하천수와 빗물이 유입됐다. 이에 따른 총방류량은 1초당 1천901㎥에 달해 기존 하천수위 수준인 47.1m(EL.m)를 유지했다.
이튿날에는 전날 상류에서 내린 빗물이 몰려들면서 5천435㎥/s나 되는 물이 들어왔다. 그와 비슷한 5천442㎥/s를 내보내며 역시 하천수위 47m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수위는 46~47m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기간 하류에서는 하천 범람 등 홍수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다.
상주보부터 하류까지 낙동강 일대 농민은 "이번 호우에도 피해가 없어 큰 도움이 됐다"며 "보가 효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미보 경우 보를 설치하기 전에는 장마 기간 불어난 낙동강 본류 물이 지류로 역류, 주변 저지대와 지방하천, 소하천에 침수 피해가 빈발했다. 특히 선산·고아읍은 낙동강 지류 감천이 합류하는 곳이어서 매년 장마철이면 물에 잠기곤 했다.
보를 만든 뒤에는 집중 강우 때도 낙동강 물이 지류로 거슬러 오르는 침수 피해가 사라졌다.
구미 선산읍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지은 김정길(58) 씨는 "어릴 적에는 낙동강과 감천 지류가 만나는 곳에서 항상 물난리가 났지만 구미보를 짓고 나서는 상습 침수지역이 사라졌다"며 "낙동강 상류 지역에 비가 많이 올 때 낙동강 수위가 높아져 한동안 걱정했지만 선산 일대 농가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칠곡보 일대 칠곡 왜관읍·북삼읍·석적읍·약목면·기산면 농민들도 이번 집중호우 때 칠곡보는 낙동강 수위를 적절히 조절했다고 했다.
칠곡군 석적읍 참외 농민 유영덕(52) 씨는 "칠곡보를 지은 이후 강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돼 가뭄 때 소형 관정을 해도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고, 장마철마다 겪던 농지 침수 피해 걱정에서도 해방됐다"고 말했다.
반면 금강 지류인 충남 성동면 논산천(川)과 전북 익산의 산북천 등 4대강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지류와 지천은 제방이 무너지고 홍수 피해가 났다.

정부도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의 방침을 전면 뒤집어 4대강 보 존속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5일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보 해체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4대강 보를 존치하고 복구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4대강 보 해체 결정이 자의적 통계와 잘못된 조사에 기반해서 했다면, 반드시 원위치로 돌려놔야 한다"고 발표했다.
세종시 또한 공업용수 및 시민 친수공간 확보를 이유로 금강 세종보의 탄력적 재가동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2021년 환경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농업용수 확보 기능이 큰 낙동강 유역 보는 유지(경북 미개방, 대구 부분개방)하되, 환경개선 효과가 크다고 평가된 금강, 영산강 보는 해체를 결정하고서 이후 완전 및 부분개방 상태로 유지해 왔다.
환경단체 등은 4대강의 홍수 조절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홍수기마저 물이 차 있으면 지류나 지하수가 본류에 합류하는 속도가 더뎌지므로 침수·역류 피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편다.
이번 집중호우기 상주보, 구미보 주변 시설이 일부 파손된 것도 보를 이용해 물을 과도하게 막아 둔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수자원공사는 "훼손된 시설은 복구 중이며 하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7일 오전 11시 상주보 좌안 제방 붕괴 현장 앞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4대강 사업 이후 지난 10여년 간 낙동강 상류에 기록적 폭우가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시피 하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보의 취약성이 계속해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