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이 사이 치욕? 홍준표, SNS에 '과하지욕' 올렸다 삭제

입력 2023-07-21 15:32:12

국힘 윤리위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하자 글 올려
'훗날을 위해 오늘의 멸시, 모욕 견딘다' 자신 모습 투영

홍준표 대구시장이
홍준표 대구시장이 '수해 골프' 논란과 관련, 19일 기자실을 찾아 유감을 표하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수해 골프'로 논란을 빚은 자신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사자성어를 올렸다.

홍 시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하지욕'(跨下之辱) 4글자를 남겼다가 약 8시간 만에 돌연 삭제했다.

과하지욕은 사마천의 사기 중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말로 유방을 도와 중국을 천하통일했던 한나라의 명장 한신 고사와 관련이 있다.

한신은 동네 한량이 '네가 용기가 있다면 차고 다니는 칼로 나를 찌르고 못 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을 기어라'고 하자, 훗날 큰일을 위해 사소한 시비에 휘말리면 안 된다면서 태연하게 가랑이 밑을 기었다. 한신은 동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지만 한나라 대장군으로 천하에 명성을 떨쳤다.

이후 과하지욕은 가랑이 밑의 치욕이라는 뜻으로 훗날을 위해 오늘의 멸시, 수모, 모욕 혹은 어려움을 참는다는 의미로 널리 사용됐다.

홍 시장은 자신에 대한 윤리위의 징계를 '치욕'에 비유하며, 이를 견디는 모습을 한신에 투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전날 오후 회의를 열고 '폭우 속 골프' 논란을 빚은 홍 시장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해당 행위를 했다"며 징계 대상이 맞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윤리위는 오는 26일 홍 시장 측 소명을 들은 뒤 징계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앞서 홍 시장은 충청·영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골프를 치러 간 것으로 논란에 섰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 "부적절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당은 지난 18일 김기현 대표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이에 홍 시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