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반대매매 당하실라” 예금으로 주가조작, 저축은행 대표이사 구속

입력 2023-07-19 11:49:56 수정 2023-07-19 21:35:59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고객 예금으로 모회사의 주식 시세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저축은행 대표이사가 구속 기소됐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저축은행 자금으로 코스피에 상장된 모(母)회사 A사의 주식의 시세를 조종한 B저축은행 전 대표이사 C(56) 씨를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직접 주식을 매수한 전직 감사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피고인들은 저축은행 오너가 시중 금융기관에서 A사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나 주가가 하락해 강제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위험에 처하자 이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저축은행 자금 19억원을 이용, 223회에 걸쳐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 주문을 넣어 주가를 부양했다. 시세 조종을 위해 매수한 A사 주가는 계속 하락했고 저축은행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C씨를 포함한 피고인 중 2명은 20년 이상 증권사에 근무한 주식 전문가로 다양한 매수기법을 범행에 활용했다.

특히 주식담보대출에서 주식의 종가가 반대매매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에 착안해 장마감이 임박한 시간대에 집중 매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썼다. 오후 3시 20분부터 30분 사이에는 호가와 주문수량이 공개되지 않고 예상 체결가격과 예상 체결수량만 공개되는 점을 이용해 일반투자자의 매수세를 유인하는 방식이었다.

C씨는 은행이 손실을 입었음에도 매년 10억원이 넘는 고액의 보수를 지급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서민들의 예금으로 운영되는 저축은행 자금을 대주주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고, 이로 인한 손해는 결국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된다"며 ""피고인들의 공범 및 여죄에 대해 계속 수사해 엄벌에 처하고 불법적인 이익을 모두 환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