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이력 이상민 亞게임 기용 논란…축구협·감독 '헛발질' 망신

미리 확인 못해…축협 규정 있음에도 세 차례나 대표팀 선발
이미 명단 제출, 선발 1명 잃어…비판 목소리 커지자 뒤늦게 철회
축협, 잇따른 행정사고로 논란 자초해 비판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 선발됐다 음주운전 이력이 논란이 돼 퇴출된 이상민. 성남FC SNS 제공

음주 운전 이력이 있음에도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에 뽑혀 논란을 빚은 이상민(23·성남FC)이 결국 대표팀에서 퇴출됐다. 헛발질을 한 대한축구협회와 황선홍 대표팀 감독은 고개를 숙였으나 비판은 숙지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는 1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서 이상민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축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14일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맞지 않는 선수를 선발한 점에 대해 겸허히 인정한다. 향후 행정 체제 정비를 통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황선홍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은 충남 아산 소속이던 2020년 5월 음주운전으로 적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당시 이를 곧바로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상민에게 리그 15경기 출전 금지와 제재금 400만원이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축협의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7조에는 '음주운전 등과 관련된 행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그 형이 확정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규정상 이상민은 2023년 8월 4일까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셈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그럼에도 축협은 세 차례나 이상민을 대표팀에 선발했다. 2021년 9월 22세 이하(U-22) 대표팀에 처음 선발했고 이후 U-23, U-24 대표팀에도 이상민의 이름을 올렸다. 축협과 황 감독에게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특히 코칭스태프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축협이 챙겨야 한다는 점에서 축협을 향한 눈초리가 더 매섭다.

축협은 "K리그2 소속 선수 정보는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에 비해 정보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선발 당시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황 감독도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부주의했던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축구회관에서 승부 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들에 대한 사면 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임시이사회를 마치고 입장문을 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대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체 선수를 당장 최종 엔트리에 넣을 수 없어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15일 최종명단 제출을 마감한 상태. 이 명단을 변경하려면 부상 또는 의학적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졸지에 귀한 엔트리 1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일단 축협은 축협은 대체 선수를 기용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러다 보니 연거푸 '사고'를 저지르는 축협에 비판이 쏟아진다. 정몽규 회장이 수장인 축협은 지난 3월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 조치 때 승부 조작 등 불미스런 일에 연루된 인사를 포함했다 성난 민심에 밀려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엔트리와 관련한 사고까지 더해 '무능한 축협을 이대로 두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