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해양동물 점액원리 이용해 에너지 절감기술 개발

입력 2023-07-17 15:08:16 수정 2023-07-18 19:57:51

해수와의 마찰력 줄이는 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

포스텍 이상준 교수
포스텍 이상준 교수
포스텍 통합과정 김해녘씨
포스텍 통합과정 김해녘씨

해양동물의 몸을 덮고 있는 미끌미끌한 점액 원리를 이용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통합과정 김해녘 씨 연구팀은 해양동물의 점액층의 구조와 기능에서 영감을 얻어 해수와의 마찰을 줄이고, 장기간 저마찰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표면 기술을 개발했다. 마찰을 줄이는 이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면 에너지 비용절감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결과는 코팅 과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 학술지 '어플라이드 서피스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해양동물의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점액질은 외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거나 바닷물과의 마찰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점액은 입구가 좁은 구멍 형태의 점액샘에서 생산되고 분비된다.

연구팀은 이 점액샘의 구조에 착안해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

먼저 해양동물과 유사한 표면을 만들기 위해 폴리스티렌을 클로로포름에 용해시킨 다음 알루미늄 기판 위에 도포했다. 이를 활용해 주변수증기를 물방울 형태로 응축·증발시키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물방울 모양의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다공성 표면이 생겨났다.

연구팀은 물방울 모양의 구멍에 윤활유를 채워 넣어 해양 동물의 피부와 유사한 미끌미끌한 저마찰 표면을 구현해냈다.

연구팀이 제작한 표면을 실제 대형 선박의 운항 속도에 해당하는 약 12m/s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매끈한 알루미늄 표면에 비해 마찰력이 최대 39%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슷한 고속 유동 조건에서 얻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저마찰 성능이다.

선박의 경우 추진력의 약 60%를 해수와의 마찰에서 잃는다. 또 선박이 연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6.3%,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찰 저항저감 기술은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상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상용화되면 대형 선박 한 척당 최대 연간 40억~50억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육상 운송체나 유류 수송 파이프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