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IT 인재 강국 북한

입력 2023-07-10 20:01:18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미국 IT 기업 해커어스가 5월 20~27일 개최한 코딩대회에서 북한 김책공대 학생들이 1·3·4위를 차지했고,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은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1천700여 명이 참가했다. 6월에 실시한 대회에서도 북한 대학생들은 2·5·6·9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 대학생 3만 명이 참여하는 인터넷 프로그래밍 대회 '코드셰프' 경연에서 북한 학생들이 6개월 연속 우승을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과 더불어 '가장 가난한 나라'로 인식되는 북한마저 한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데는 서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은 전국에서 선발된 수학·과학 영재들을 금성중학교에 진학시켜 일찌감치 프로그래밍 관련 전문 지식을 습득하도록 조기교육 한다. 김정은은 최근 "해커를 양성할 때 출신 성분을 따지지 말고 실력 좋은 인재를 무조건 뽑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신 성분에 따라 거주지·직업 등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북한 사회에서 IT 분야는 일종의 신분 타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름다운 스토리'는 여기까지이다. 이렇게 육성된 북한 IT 인재들은 상당수가 국적이나 신분을 위장해 전 세계 IT 기업들로부터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 상당의 일감을 불법적으로 수주해 외화벌이 도구 노릇을 하고 있다. 핵 개발에 따른 유엔(UN)의 대북 제재 탓이다. 개인의 적성이나 취향에 관계없이 자질만 보이면 해커 양성 시스템에 강제적으로 집어넣고, 북한 당국의 감시와 실적 압박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적 신분을 바꿀 기회이면서도 비인간적 상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 IT 영재들의 운명이다.

특히 '될성부른 떡잎'으로 분류되면 중국·러시아 유학 기회가 주어진 뒤, 대학 졸업 후에 정찰총국 산하 조직인 라자루스·김수키 등에 진출한다. 연간 수조 원의 암호 화폐를 해킹하며 핵·미사일 개발의 돈줄을 제공하는 국제 범죄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는 연간 수만 명의 신규 개발자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우수한 IT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해외를 헤매고 있다. 어쩌면 IT 분야를 매개로 남북 공동 번영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김정은의 '핵' 포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난제이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sukmi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