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사람들 돕는 데 힘쓰신 분…저세상에서 다시 만나면 제가 한잔 사겠습니다"
이헌규 소장님, 소장님이 돌아가신 지 벌써 8년이 넘어가네요. 저를 포함해 이 소장님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난달 기일 즈음해서 소장님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요새는 저도 나이가 들어서인가 소장님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을 훔치는 일도 생깁니다. 그만큼 소장님은 사람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셨습니다.
소장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소장님은 '다 퍼주는 사람', '속도 없고 자기 것도 잘 못 챙기는 너무 착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해서 매일 누구를 만나서 술 사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한 전문대학에서 재활공학과 교수로 일하실 때에도 야간 대학 학생들 수업이 끝나면 함께 가서 술과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던 사람이셨지요.
또 자기를 내세우는 대신 아 침에 눈 떠서 자기 직전까지 대구지역의 장애인의 권익과 삶을 생각해 온 사람임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복지나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해 인식이 전무하다시피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소장님은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직업을 찾아주고, 장애인 인식과 관련한 세미나 등을 통해서 장애인 관련 과제를 지역사회에 계속 환기해 왔습니다.
대구 안에서는 장애인 관련 이슈에 있어 독보적인 능력과 식견을 가진 분인데 늘 다른 사람들을 돕다 보니 자신을 챙기지 못한 탓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연구소 운영이 어려워 끝내 문을 닫을 때에도 자신의 사비를 털어 직원들 퇴직금을 주고, 결국 소장님은 생활고에 힘겨워하는 모습도 봤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이 '어찌 저리 자신을 못 챙길 정도로 착할까', '분명히 크게 쓰일 수 있는 분인데 어찌 세상이 인재를 못 알아볼까'하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게다가 소장님의 생전 활동들이 지역 장애인들의 삶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는 데 밑거름이 되었지만 항상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사람들을 돕는 데 힘쓰신 탓에 지역사회에는 많이 조명되지 못한 것이 저를 비롯해 소장님을 아는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입니다. 정말이지 대구지역 장애인 문제에 있어서 소장님께 신세 안 진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어떻게 보면 이 자리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소장님의 족적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이 하나 떠오르는군요. 간암으로 투병하실 때 제가 문병을 갔던 적이 있었지요. 그 때 소장님의 모습은 온 몸에 황달기가 퍼져 있어 병색이 너무나도 완연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장님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죽으면 보험금이 어떻게 나오고 그걸 누구에게 줄 지 계산하고 계셨었지요. 자신보다 남을 먼저 걱정하는 소장님의 모습을 또 확인하게 되니 마음이 또 아파오더군요.
이제는 하늘로 가신 소장님, 그 곳에서도 좋아하시는 술 마음껏 드시고 계시겠지요? 거기서는 남들보다 자신을 좀 더 챙기고 계시려나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시간이 흘러 저 세상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는 제가 술 한 잔 사겠습니다. 그 곳에서도 서로 술잔 기울이며 이야기하십시다. 많이 그립네요, 이 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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