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19 구급차에서 새 생명 태어나 "구급대원들 30대 산모 출산 도와"

입력 2023-06-30 16:10:52 수정 2023-06-30 16:41:10

부산 중부소방서 전경. 부산 중부소방서 제공
부산 중부소방서 전경. 부산 중부소방서 제공

부산에서 30대 산모가 119 구급대원들의 도움으로 구급차 안에서 무사히 새 생명을 출산했다.

요즘 아이들이 고향을 물으면 지명이 아닌 병원(산부인과 등) 이름을 대는 것을 감안하면, 특별히 구급차가 고향인 셈이 아이가 태어난 것.

▶30일 부산 중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인 29일 오후 5시 51분쯤 "아내가 진통이 심하다"는 119 신고가 접수, 중부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소속 박정아 소방장 및 박영진·박상현 소방교가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다.

이어 구급차는 30대 임신부 A씨를 태우고 인근 병원으로 달렸는데, 구급대원들은 이송 과정에서 A씨가 출산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A씨 동의를 얻어 구급차 내에서 응급분만을 유도했고, 이어 신생아 울음소리가 구급차 안을 가득 채웠다.

구급대원들은 이후 탯줄 절단과 체온 유지 등 응급처치를 실시했고, A씨를 이송키로 했던 병원 측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A씨와 아기 모두 안전히 병원에 인계했다.

현재 A씨와 아기 모두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출산을 도운 한 구급대원은 "소방관 임용 이후 처음 겪는 일이었으나 반복적인 교육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해 다행이다. 새로운 생명을 목격한 경험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정영덕 부산 중부소방서장은 "산모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체계적인 교육 훈련을 통해 고품질의 구급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사실 구급차 내 출산 뉴스는 전국 각지에서 이따금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5월 15일 강원 인제군에서, 4월 12일 울산 울주군에서, 3월 29일 경남 통영시에서, 2월 3일에는 경기 평택시에서, 1월 27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1월 11일엔 전남 장흥군에서 구급차가 고향인 셈인 새 생명들이 태어났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가까운 거리에 분만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멀리 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 등을 찾아 이동하다 만들어진 사례였다.

5월 강원 인제군 사례의 경우 서쪽 춘천시 산부인과로, 1월 전남 장흥군 사례는 북쪽 광주광역시 산부인과로 이동하던 중 출산이 이뤄졌다.

이번에 부산 구급차 안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 집이 있는 부산 영도구가 분만 가능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지역이라 닮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부산 내 분만실이 있는 병원은 27곳인데, 16개 구·군 중 분만실이 있는 병원이 0곳인 경우도 영도구를 포함해 중구, 남구, 사상구 등 4개 구나 된다.

저출산 기조에 따라 분만 가능 병원도 점차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 같은 대도시도 이런 흐름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고, 인구가 적은 시·군의 경우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