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양재식 구속영장 기각 공통 사유는 "방어권"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양재식 전 특검보가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일명 '50억 클럽'의 핵심 피의자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낮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한 후, 30일 0시 40분쯤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유창훈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의 주요 증거인 관련자들의 진술을 심문 결과에 비춰 살펴볼 때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인다"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영수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 시기에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 남욱 등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원을 실제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앞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다. 그런데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1천500억원 규모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이후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영수 전 특검이 200억원(대장동 토지 보상 작업 자문수수료 명목 100억원, 대장동 상가 시행 이익 100억원) 상당의 이익과 주택 2채 등을 약속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박영수 전 특검이 8억원을 실제로 받았다고 본다. 우선 2015년 48대 대한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 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본다. 참고로 당시 선거에서 박영수 전 특검은 떨어졌다. 하정우 후보가 35.8%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박영수 후보(28.6%)는 소순무 후보(28.9%)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나머지 5억원은 우리은행의 역할이 축소(성남의뜰 컨소시엄 불참)된 뒤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받았다고 본다. 이때 '50억 클럽'이라는 명칭에 들어간 50억원을 약정받았다고 본다.

▶이 사건의 핵심 키워드인 '50억원'은 검찰이 박영수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하면 규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바로 박영수 전 특검의 딸과 관련해서다.

앞서 대장동 사건 관련 박영수 전 특검을 다루는 언론 보도에서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2021년 6월 화천대유 보유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보도가 같은 해 9월에 이어졌는데, 이에 대해 당시 박영수 전 특검 측은 "특혜는 없었다"고 한 바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은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해왔고, 2021년에 퇴직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서 11억원을 빌린 사실 및 분양 받은 아파트로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는 등 약 25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은 이게 약정 받은 50억원의 실현이라고 보고 자금의 성격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같은 법원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박영수 전 특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해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민수 부장판사 역시 유창훈 부장판사와 닮은 맥락에서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양재식 전 특검보가 박영수 전 특검과 대장동 일당 사이를 오가며 실무를 담당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온 후 입장문을 내고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