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 이철원 스틸에이 회장 "정년 없는 우리기업…오랜 노하우 지닌 직원, 성장 원동력"

입력 2023-06-29 16:20:44 수정 2023-06-29 19:13:02

정밀 파이프 기술 국산화 성공…일본 수입→수출 기업 탈바꿈
사업확장 대신 주력분야 집중…고금리 여파에도 재무 건전화
美 PTPI 단체 한국 총재 맡아…미군 문화체험·예절교실 행사

대구 달서구 대천동 ㈜스틸에이 본사에서 만난 이철원 회장은
대구 달서구 대천동 ㈜스틸에이 본사에서 만난 이철원 회장은 "'정년이 없는 회사'로 힘닿는 데까지 일할 수 있는 직원이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고, 실제로 70대 직원들도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소재 산업는 제조업의 근간이다. 2019년 일본과의 무역 분쟁 이후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자립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 일본 정부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수출심사 우대국 '화이트 리스트'가 복원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산업의 기초가 되는 소재 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언제든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대구의 '스틸에이'는 정밀 파이프를 전문 생산하는 기업으로 일본에 의존했던 기술을 국산화에 성공했다.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발강관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수한 재질과 세밀한 공정, 높은 품질력을 인정받아 자동차, 중장비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1979년 창업 이후 40년 이상 한 길을 걸으며 업계 발전에 기여한 이철원 스틸에이 회장을 만났다.

- 주력 제품인 정밀 파이프가 활용되는 분야는?

▶정밀 파이프는 자동차, 정밀 기계에 주로 쓰인다. 창업 당시 일본에서 수입하거나 수입한 제품을 가공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정밀 파이프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갖췄고 현재는 가스 스프링, 보일러 튜브, 샤프트, 쇼크 업소버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특히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쇼크 업소버는 자동차는 물론 의자 등 가구에 들어가는데 국내 점유율이 높고 글로벌 가구 생산기업에도 납품한다. 충격을 흡수하고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품인 만큼 정밀한 기술력을 요구하는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 기술력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 품질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치해 과감한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인발 부문 기계구조용 탄소강관 KS 인증을 받았다. 냉각 인발강관 제조 기술 특허등록을 2건 획득했고 ISO9001 인증을 취득했다. 또 이노비즈 기업과 벤처기업, 대구시가 지정하는 스타 기업에 선정됐다. 과감한 투자로 생산 설비도 개선했다. 무산화열처리기를 도입해 불량률을 낮췄고 다발식인발장치 기술을 이용해 자동화 라인을 구축했다. 이외에도 경도기, 금속현미경, 조도측정기 등 검사 장비를 활용해 품질을 한 단계 높였다.
수출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 14개국에 스틸에이 제품을 수출한다. 일본 주요 자동차 부품사에도 우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수입하는 입장에서 수출하는 기업이 됐다는 면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 40년 이상 기업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 있다면

▶ 보수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도경영(正道經營)'을 원칙으로 삼았다. 조금 힘들더라도 원칙대로 기업을 경영하려고 노력했다. 욕심을 부려서 사업을 확장했다면 규모가 더 큰 기업을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주력하는 분야에 집중했다. 그 덕분인지 IMF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큰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충실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작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이 곤란한 처지에 처한 경우도 있지만, 재무 건전성을 중요시하면서 경영을 한 입장에서 큰 영향은 없었다.

- 지역 원로 기업인으로서 바라보는 대구 산업계 현황은?

▶사실 대구는 많은 기업을 이끌어 주는 앵커기업(대기업)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도 다수 포진해 있어 잠재력이 있다. 구심점을 갖고 발전을 모색한다면 좋을 것 같다.
대구상공회의소 상공위원을 역임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면 R&D의 중요성이다. 연구·개발에서 성과가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투자한 기업이 중소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걸 봤다. 타 산업과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우리 철강업 같은 기반 산업군도 신산업과 연계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 기업을 이끌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우리 기업엔 정년이 따로 없다. 건강이 허락하고 본인 의지만 있다면 근무를 할 수 있다. 오랜 노하우를 지닌 직원들이 생산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지역 산업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젊은층은 제조업,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채용한다고 해도 금방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단계, 한 단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인재가 있어야 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 대외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현재 국제 민간 평화봉사단체인 '국제피플투피플(PTPI)' 한국본부 총재를 맡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30여 년 전부터 인연이 닿아서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대구지역 회장을 거쳐서 자연스레 총재까지 하게 됐다. PTPI는 1956년 미국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창립한 단체로 세계평화 구현에 공헌하고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65년 한국에 최초 클럽이 창립됐고 이후 다양한 국제 친선 활동, 지역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PTPI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단체이다 보니 미군과 함께하는 일이 많다. 대구에도 미군 부대가 있고 전국에 배치되는 미군들이 한국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문화 체험, 예절교실 등 다양한 행사를 운영한다. 특히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투어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한국이 휴전 국가라는 사실과 안보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왜 한국에 배치됐는지 어떤 사명으로 근무해야 하는지 깨달았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은 한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갖는 우방국이다. 경제, 안보 등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PTPI가 민간외교 단체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려고 한다. 한미 친선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 앞으로의 성장 방향과 목표는?

▶철강 특히 소재는 산업의 근간이고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스틸에이는 성서산업단지 외에 경주, 경산에 별도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단계가 아닌 생산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기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또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부지를 확보해 R&D 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소재 분야에서도 꾸준히 품질력을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