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TV 수신료 논쟁의 관전법

입력 2023-06-21 11:00:17 수정 2023-06-21 18:43:41

남영찬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남영찬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남영찬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KBS의 TV 수신료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을 통하여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실의 국민 참여 토론 게시판의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96.1%)을 등에 업고 통합 징수의 근거인 방송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분리 징수를 밀어붙이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여당이 수신료 증액이나 통합 징수를 옹호하고, 반면 야당은 보도의 공정성 등을 문제 삼아 수신료 증액에 반대하고 분리 징수를 주장하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0월 KBS 수신료 전기 요금 분리 징수 청원이 있었다. 동의자는 21만3천306명이었다. 이 청원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통합 징수를 유지하였다. 당시 수신료를 다른 재원과 구분하여 회계 처리하는 것을 의무화함으로써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법률 개정안과 통합 징수를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었지만, 압도적 다수의 민주당은 이 법률안을 통과시키지 아니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수신료 분리 징수 정책은 과거 여당과는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수신료 논쟁의 관전법은 이러한 입장 변경의 배경을 제대로 보는 데 있다.

법원은 TV 수신료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공익사업의 경비 조달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 집단에 대하여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체감으로는 조세와 다름없으나, 공영방송 사업에만 사용된다는 점에서 일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조세와는 구별된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KBS를 시청하지 않아도 부과되므로 방송 서비스에 대한 대가인 수수료도 아니다. 공영방송이 수신료가 아닌 정부지원금이나 광고 수입 등으로만 운영된다면 정치권력이나 광고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거나, 상업방송과의 경쟁으로 공정성이 오염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수신료를 납부하는 것은 공영방송이 국가권력은 물론 어떠한 사회적 세력으로부터도 독립하여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KBS 수신료는 1994년 이래 30년 동안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이 전기 요금에 통합하여 징수하고 있다. 국민들은 연간 가구당 3만 원의 수신료를 부담한다. 통합 징수 이전에는 KBS 징수원이 직접 수신료를 받으러 다녔다. 통합 징수의 효과는 대단하였다. 통합 징수 덕에 KBS는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 되는 수입을 앉아서 확보하게 되었다. 2022년도 KBS 전체 매출(1조5천300억 원) 중 수신료는 6천935억 원으로 45%를 차지한다.

방송은 언론의 자유 기능을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공영방송은 더욱 그러하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61년 결정에서 "의사 형성의 현대적 수단인 방송이 국가는 물론 어떤 사회 집단(gesellschaftlichen Gruppe)의 손에 맡겨지는 것은 기본법 제5조에 비추어 볼 때 금지된다. 따라서 방송사는 모든 관련 세력들이 내부 기관에 영향력을 가지고, 전체 프로그램에 발언권을 가지도록 조직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즉 방송사가 특정 집단의 손에 맡겨져 좌지우지되는 것을 헌법에 반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이 판시는 방송사의 조직과 방송 프로그램 원칙을 규율하는 '대헌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KBS의 조직과 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헌법에 맞지 않다. KBS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가장 중요한 기관인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 시사제작국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장은 지명한 보도국장 등 후보자에 대하여 노동조합원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을 받은 경우에만 임명할 수 있다. 전체 4천300여 명의 직원 중 비노조원인 1천 명은 투표권이 없다. KBS에는 3개 노조가 있으나,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소속 노조원이 70%가량이어서 그들이 선호하는 사람이 보도국장이 된다. 그리하여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보도국장 3인은 모두 민노총 출신이 임명되었다. 공영방송사인 KBS의 조직과 프로그램 제작이 민노총이라는 집단의 손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KBS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수신료 거부 운동이다. 수신료의 정당성인 공정성의 확보는 KBS 스스로가 결자해지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