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7주년] 1천46개 분류군 자생하는 생태보고 '팔공산'

입력 2023-07-06 17:00:00 수정 2023-07-07 06:49:03

팔공산의 풀과 나무…한국특산식물 36분류군, 멸종위기 적색자료 48분류군 발견

대구 동구 상공에서 바라본 팔공산 국립공원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동구 상공에서 바라본 팔공산 국립공원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동구와 군위, 경북 영천·경산·칠곡 등 5개 시·군·구에 걸쳐 자리하고 있는 팔공산에는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을 비롯한 수많은 관속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본지는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기념해 대구경북 식물 사진가들 모임인 '산들꽃사우회'가 10여 년간 전수조사한 팔공산권의 식물상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향후 이 식물자원이 더욱 효율적으로 보존 및 관리돼 국립공원으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다.

◆1천46개의 분류군이 자생하는 생태보고

산들꽃사우회의 전수조사 결과 1천46개의 분류군(종 934, 아종 14, 변종 91, 품종 7)이 팔공산 일원에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식물인 한국특산식물은 36분류군, 멸종위기 적색자료는 48분류군이 발견됐다. 난초과의 복주머니란의 경우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팔공산에서 많이 발견됐으나 최근 10여 년 사이에는 팔공산 전역에 걸쳐 확인할 수 없었다.

팔공산에 자생하는 식물의 대표 격으로는 노랑무늬붓꽃과 개복수초를 꼽을 수 있다. 노랑무늬붓꽃은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곳, 등산로 언저리에서 아주 드물게 눈에 띈다. 우거진 어두운 숲 속보다는 숲 바깥쪽을 좋아하는 편인데 반음지를 가장 좋아한다. 개복수초는 팔공산 등산객들에게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꽃이라 의미가 있다. 이른 봄 칠곡 가산산성 등산로 해발 800m 부근에서 군락으로 자생하고 있다.

◆팔공산에 서식하는 주요 식물

큰꽃옥잠난초. 산들꽃사우회 제공
큰꽃옥잠난초. 산들꽃사우회 제공

▷큰꽃옥잠난초=경기, 강원,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일본의 북해도에 자생하는 다년초로, 높이 15~35㎝이며 높은 산 숲 속의 바위 위 또는 쓰러진 나무줄기 위에 자란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적 가치가 높으며 자생지가 희귀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

개비자나무. 산들꽃사우회 제공
개비자나무. 산들꽃사우회 제공

▷개비자나무=한반도 남부지방과 일본 혼슈 이남에서 자라는 상록 관목 또는 소교목으로, 암수딴그루이며 비자나무에 비해 나무의 잎이 보다 부드러워 구별된다. 팔공산 권역의 대구, 군위, 영천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해발고도 400m부터 900m까지 분포한다. 영남과 강원지역을 통틀어 가장 북쪽에 위치한 자생지로 중요성이 있다.

측백나무숲. 산들꽃사우회 제공
측백나무숲. 산들꽃사우회 제공

▷측백나무=대구시 동구, 경북 안동·영양, 충북 단양, 중국(북서부), 러시아(동부)에 자라는 상록 교목으로, 석회암 또는 퇴적암 절벽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대구 동구 측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돼 있으며 측백나무의 남방한계 자생지다.

멍덕딸기. 산들꽃사우회 제공
멍덕딸기. 산들꽃사우회 제공

▷멍덕딸기=강원도(태백산, 함백산, 설악산 등) 이북의 높은 산 능선 및 바위지대에 자생하며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 유럽에 자라는 낙엽관목이다. 2012년 팔공산 정상부에서 발견해 환경부 생물자원관에 보고했다. 줄기, 잎, 꽃차례 및 꽃받침열편의 바깥면 등에 붉은색의 긴 샘털이 밀생하는 곰딸기에 비해 꽃받침의 바깥쪽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특징으로 구별된다.

◆팔공산의 멸종위기 적색자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적색자료는 총 48분류군이 확인됐다. 홍도까치수염, 등포풀, 느리미고사리, 가시연꽃, 물여뀌, 꼬리말발도리, 솔붓꽃, 금털고사리, 깽깽이풀, 께묵, 국화방망이, 흑삼릉, 방울새란, 측백나무, 만주바람꽃, 구상난풀, 참좁쌀풀, 낙지다리, 가침박달, 솜양지꽃, 망개나무, 개회향, 지치, 덩굴꽃마리, 구와말, 땅귀개, 산토끼꽃, 물잔디, 땅나리, 말나리, 뻐꾹나리, 금붓꽃, 노랑무늬붓꽃, 보춘화, 천마, 사철란, 큰구와꼬리풀(가새잎꼬리풀), 누른종덩굴, 왕과, 쑥부지깽이, 왜박주가리, 개지치. 가는잎산들깨, 산들깨, 산흰쑥, 옹굿나물, 멱쇠채, 푸른하늘지기 등이다.

노랑무늬붓꽃. 산들꽃사우회 제공
노랑무늬붓꽃. 산들꽃사우회 제공

▷노랑무늬붓꽃=강원, 충북, 경북, 대구, 중국에 자생하며 꽃대에 꽃이 2개씩 피는 특징으로 노랑붓꽃과 유사하지만 꽃색이 흰 것으로 구별된다. 팔공산 정상부에 자생하고 있으며 칠곡 가산 정상부에 자생하는 본종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변이로 변화하고 있다. 2005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었으나 2012년 해제됐고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종 적색목록 관심대상종(LC)으로 분류돼 있는 보호종이다.

국화방망이. 산들꽃사우회 제공
국화방망이. 산들꽃사우회 제공

▷국화방망이=강원도, 경북 북부, 충북 민주지산, 팔공산, 북한, 중국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이며 팔공산 정상부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 가치가 높으며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준위협종(NT)으로 보호받고 있는 식물이다.

느리미고사리. 산들꽃사우회 제공
느리미고사리. 산들꽃사우회 제공

▷느리미고사리=남방계식물로 현재까지 경기도와 전남 일부 산지에서만 불연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희귀식물로 해외의 경우 중국과 일본에 자생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취약종(VU)인 보호식물이며 팔공산 자생지의 형편이 열악하고 규모도 미미한 편이라 조심스런 보호가 필요하다. 2012년 영천지역에서 최초로 발견해 환경부 생물자원관에 보고했다.

◆팔공산에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

팔공산에는 36분류군의 한국특산식물이 발견되고 있다. 금오족도리풀, 세잎승마, 외대으아리, 할미밀망, 쇠뿔현호색, 난장이현호색, 남도현호색, 태백개별꽃, 노각나무, 서울제비꽃, 은사시나무, 키버들, 참좁쌀풀, 꼬리말발도리, 흰괭이눈, 큰꽃땅비싸리, 해변싸리, 노랑갈퀴, 흰바디나물, 자란초, 참배암차즈기, 개나리, 만리화, 오동나무, 몽울토현삼, 갈퀴아재비, 병꽃나무, 청괴불나무, 정영엉겅퀴, 고려엉겅퀴, 한라사초, 부산사초, 지리대사초, 백운산원추리, 좀비비추, 노랑무늬붓꽃 등이다.

몽울토현삼. 산들꽃사우회 제공
몽울토현삼. 산들꽃사우회 제공

▷몽울토현삼=경남 통영시 미륵산에서 채집된 표본을 근거로 1938년 신종으로 발표된 한국특산식물이다. 큰개현삼에 비해 개화기가 5~6월로 보다 빠르고 줄기의 마디 수가 6개 이하로 구별된다. 칠곡의 가산과 청송 보현산, 대구시 팔공산 염불암 계곡에 분포하고 있다.

큰구와꼬리풀. 산들꽃사우회 제공
큰구와꼬리풀. 산들꽃사우회 제공

▷큰구와꼬리풀(가새잎꼬리풀)=대구와 경북지역에 주로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특히 칠곡 가산 정상의 본종은 여타 큰구와꼬리에 비해 구별되는 특징으로 학술적 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멸종 위기에 처해있어 보호대책이 시급하다. 본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정보부족종(DD)으로 지정돼 있다.

홀아비바람꽃. 산들꽃사우회 제공
홀아비바람꽃. 산들꽃사우회 제공

▷홀아비바람꽃 =함경북도, 경기, 강원, 충북(소백산, 민주지산), 경북(소백산, 팔공산)에서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꽃대가 보통 1개가 나고 1개의 꽃이 피는 특징으로 유사종과 구별된다. 만주지산과 더불어 한반도 자생지의 최남단이고 기후변화에 의해 멸종 가능성이 있어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정재우 산들꽃사우회 회장.
정재우 산들꽃사우회 회장.

◆산들꽃사우회(회장 정재우)=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식물 사진가들의 동호회로 1997년 창립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아름다운 자태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과 자생식물 테마 사진전을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다.

2003년 '한국특산식물 사진전'을 개최했고 2007년 '산들꽃사우회 창립 1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한국특산식물 사진집'(유한킴벌리 후원, 문광부 우수도서)을 발간했다. 2012년 보현산 일대의 자생식물을 조사한 '보현산의 풀과 나무'(영천시 후원), 2015년 청송군 일원에 자생하는 약초를 조사 정리한 '청송 약초도감'(청송군 후원)을 발간했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맞춰 '팔공산의 풀과 나무'(가칭) 식물도감 발간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