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신성장산업도 좋지만 근본산업에도 관심을…"

입력 2023-06-20 13:51:22 수정 2023-06-20 14:00:28

경제부 김우정 기자

경제부 김우정 기자
경제부 김우정 기자

"신성장 산업도 좋지만 그래도 대구에 남아있는 기반 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대형 화섬업체들이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국내 원사 수급 부족에 따른 애로사항을 우려하는 영세 섬유업계의 목소리다.

한때 섬유산업은 한국을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린 중심산업이다. 그 덕분에 염색산단을 중심으로 한 대구는 섬유산업의 메카로서 호황기를 누렸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현재는 값싼 중국산 원자재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기기 노후화, 인력 부족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힘겹게 명맥을 유지해나가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은 아직 전체 산업에서 섬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다. 2020년 기준 전국 섬유산업 중 대구경북 섬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업체 수 21.0%, 종업원 수 21.2%, 출하액 18.3%, 부가가치 17.6%, 수출액 23.3%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아직 근본 산업으로 기능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섬유산업이 이제는 사양산업 중 하나로 여겨지며 정부와 행정 기관의 관심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섬유업체 한 대표는 "전국 섬유관련 업계 모임 등에서 국내 원사 수급이 줄어들면서 섬유관련업 전체에 여파가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도무지 지방의 상황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정부에서도 첨단산업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결국 자구책 강구 외에는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비단 섬유업계뿐만 아니었다. 바이오산업, 뷰티·미용 관련 의료기기 산업 등 지역에서 성장하고 터를 잡아가는 업체 대표들 모두 한숨을 쉬며 공통된 말을 던진다.

지역 한 뷰티 관련 의료기기 업체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으로 관련 특허만 10여 개를 갖추고 외국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 중이지만, 공장 설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정도였다. 의료산업지구 등에 입주하려고 수 차례 노력해도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생산 설비를 짓는 일체 비용을 모두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왔음에도 이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바이오 산업계에 몸담은 한 대표 역시 "외국에서 생산되는 의약외품, 건강보조제 제품 등에 90% 이상이 우리 특허 기술이 쓰인다. 이런 기술력을 갖췄지만 도무지 관심이 없다. 우리가 스스로 알리려 해도 한계가 있다. 지역에서도 이런 기술력을 갖추고 충분히 연구·개발(R&D)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도 지역 인재들은 모두 서울로 올라가 버린다."라면서 "좋은 인력이 대구를 빠져나가면서 우리 업계는 좋은 기술력을 갖추고도 더 성장하는 데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는 현재 반도체, UAM(도심항공교통), 헬스케어,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로봇산업 등 5개 신성장 산업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는 전기차 부품과 포항의 2차전지 산업 등 대구경북 산업지도의 변화도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신성장 산업이 성과를 낼 만큼 자리 잡기까지 지역이 버티려면 결국 지역의 근간 산업이 살아있어야 지역이 생존한다. 섬유, 바이오 산업 등은 충분히 현재 대구시가 추진하는 신성장 산업과 융합할 여지가 많다.

뿌리가 가늘어서는 기둥이 아무리 튼튼해도 쓰러지기 마련이다. 신성장 산업 발전만을 생각해 너무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지역 산업의 근간을 한 번쯤 되돌아보고 동반성장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