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차원이 남다른 KBS

입력 2023-06-13 20:07:45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KBS의 올해 1분기 경영 실적은 당기 손익 마이너스 425억 원, 목표 대비 290억 원 미달, 광고 수입은 목표 626억 원 대비 230억 원 미달을 기록했다.

기업이 경영난에 처하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품질 향상과 생산성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필요하면 임금 삭감, 휴직, 해고도 한다. 하지만 연간 7천억 원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의 구조조정은 보통 기업들과 차원이 다르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 KBS는 방송 제작비 집행을 전년 대비 83억 원 줄였고, 드라마 일부를 편성하지 않아 지출을 줄였으며, 방송 시설 고도화, 연구개발 등 지출을 29억 원 줄였다. 제작비를 줄이니 품질이 떨어지고 광고 수입이 줄었지만, 제작비는 줄여도 임금은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건비 지출은 지난해 대비 34억 원 늘었다. 전체 직원 중 46.4%(2021년 상반기 기준)가 연봉을 1억 원 이상 받으면서 말이다.

KBS는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수차례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막혔다. 수신료 인상 추진 근거는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 속 생존 ▷국민들을 위한 질 높은 콘텐츠 제공 ▷재정 부족 등이었다.

KBS는 전체 재원의 45% 수준인 수신료를 70% 수준까지 올리겠다며, 전체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이 75.4%인 영국 BBC를 예로 들었다. 품질과 공정성에서 BBC 근방에라도 가면서 그런 말을 해야 한다. 수신료 없이도 수준 높은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방송들은 많다. 그들은 '도깨비방망이'라도 가졌다는 말인가? 왜 KBS는 미디어 생태계 급변과 재정 부족 대책을 수신료 인상에서 찾으려고 하나?

KBS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기업이 욕을 먹는 것은 민간기업만큼 노력은 않으면서 연봉은 많이 받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정규직 종사자들 중 상당수는 해당 공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노력을 했을 뿐, 입사한 뒤에는 민간기업에 비하면 거의 일을 안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품질이 나빠 시청률이 떨어져도, 시장 생태계가 변해 살아남기 힘들어도, 적자가 쌓여도 쇄신하지 않는다. 수신료나 요금을 올리면 되니 말이다. 편파·왜곡 방송을 일삼는 KBS에 공영성이란 게 남아 있다면 방송을 시청하든 않든 집에 TV 수상기만 있으면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