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인 줄" 자유로 뛰어든 치매노인 잇따라 차에 치여 숨져

입력 2023-06-09 18:03:05

최초 충격 차량 운전자 달아나며 2, 3차 사고로 이어져

80대 노인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IC 인근 자유로에 쓰러져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80대 노인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IC 인근 자유로에 쓰러져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자유로를 걸어 횡단하던 80대 남성이 차량 여러 대에 잇따라 치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사 결과 최초 충격 차량 운전자가 그대로 달아나며 2, 3차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유로 마네킹'등 제목의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 일산 방향 자유로에 신체가 훼손된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이 영상은 지난달 27일 유튜브 한문철 TV에 '자유로에 팔다리 없는 무언가 발견'이라는 제목으로도 공개됐다. 제보자는 "지난달 22일 오후 10시 30분쯤 일산 동구 장항 IC 쪽으로 가던 중 심각한 정체가 빚어졌다"며 "가까이 다가가보니 노인이 누워있었는데, 주변에 사고 흔적이 없어 시신을 (자유로에) 버린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해당 영상이 확산되며 "달리는 차 안에서 시신을 던져 유기한 것 같다", "차 많은 도로에서 참혹한 상태의 시체가 발견되다니 너무 무섭다", "사람이 아닌 마네킹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사고 목격자라고 밝힌 누리꾼은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제 사고이고 노인을 최초로 친 차량이 있었다. 5분 정도 쫓아가며 경적과 하이빔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빠른 속도로 그냥 가기에 사고가 날 것 같아 자유로를 빠져나와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실제 교통사고 현장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8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22일 오후 10시 10분쯤 자유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다 차량 여러 대에 치여 숨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치매와 당뇨를 앓아왔던 A시는 사고 당일 5시쯤 고양시 화정동 자택에서 산책을 다녀온다며 나간 후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를 가장 처음 차로 친 B(78)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후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B씨는 A씨를 차로 친 후 그대로 집에 갔다가 1시간 여 후에야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무단 횡단이었다 하더라도 A씨를 친 차량 운전자들에게 전방주시 의무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어느 차량이 A씨를 직접적으로 숨지게 했는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