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우 지음/모베리 펴냄
마블 영화 가디언즈오브갤럭시3(이하 가오갤3)가 연일 화제다. 가오갤3를 본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운 사람과 울지 않은 사람. 기자는 전자였다. 이번 영화 주인공 팀 가디언즈의 멤버 라쿤 '로켓'의 회상신과 함께 나오는 밴드 라디오헤드의 명곡 'creep'을 듣자마자 마음은 이미 찌릿.
울었다는 다수의 사람들의 눈물 버튼은 바로 로켓이다. 로켓을 구하기 위한 팀 가디언즈의 우정은 물론 로켓의 가슴 아픈 과거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꽤 아프다. 줄거리를 좀 설명하자면 로켓은 새끼 때 무고한 생명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가해오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에게 잡혀와 개조 당한다. 새끼 로켓은 어두운 케이지에 갇혀 무자비하게 실험 당하는데, 그와 함께 케이지에 갇혀 실험 당하던 다른 동물은 로켓의 친구가 돼 상처를 보듬어준다.
인간에게 이용당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동물들의 '우정'. 서로에게 버팀목이 돼주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관객들은 감동을 얻고 눈물을 흘렸다.
기자 역시 같은 마음이었지만 유난히 마음이 아린 장면은 따로 있다. 첫 개조 수술을 받고 머리에 피를 흘리며 케이지에 돌아온 새끼 로켓이 '아파'하며 말을 내뱉을 때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집사'들은 이 마음을 알지도 모르겠다. 내 반려동물이 가졌으면 하는 능력 한 가지가 있다면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줬으면 하는 것. 새끼 로켓이 슬픈 눈으로 '아파'라는 말을 뱉었을 때 친구 '라일라'가 그의 피를 닦아줬듯이, 많은 집사들도 우리는 동물 가족이 아플 때를 정확히 안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줬을 텐데. 늘 하는 이야기지만 이를 행하지 못해 새끼 반려견을 떠나보낸 기자는 아직까지도 슬프고 아프다.
그래서인지 우정과 더불어 인간적인 사랑을 그리면서도 동물권을 함께 꼬집은 가오갤3 스토리는 유난히 완벽해 보인다. 쨌든 이 세상 모든 동물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기자나 많은 반려동물의 집사가 그렇듯 동물의 안위를 진심으로 비는 이들이 있는데…, 수의사다. 동물의 생사를 최전선에서 지켜보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기어코 숨을 다시 불어넣고야 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기어코 그 작은 존재들을 기억하려고 나선 특별한 수의사가 있다. 자칭 '낭만 수의사'라 부르는 구본우 수의사. 그는 수의사인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일상을 기록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책 제목부터 깜찍하다. '미술관 옆 동물병원 479번지'. 수의사와 그의 또 다른 부캐인 작가로서의 공간을 상징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구 작가의 이야기는 특별하진 않지만 수의사로서 생명의 출생부터 삶의 과정 그리고 죽음까지 많은 경험을 하면서, 동물들과 나눈 교감과 감정 그리고 일상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마지막 숨이 가까운, 고단하고 이름 없는 동물들을 누가 이토록 따스히 맞아 줄까'
책의 추천사를 쓴 남형도 기자의 글이다. 이 말이 정말 맞다. 구 작가는 잡아먹겠다고 이마에 망치질을 한 가족에게마저 꼬리를 흔든 개에 이름을 지어주고 죽어가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새 논문을 뒤진다. 이토록 작은 생명을 대하는 따듯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 같은 마음을 지닌 이를 알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해진다.
책의 매력 포인트 한 가지 더. 동물에 대한 진심 어린 글과 귀여운 친구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다. 얼마 전 구 작가는 그림 전시회도 열었는데 책을 보다보면 전시회를 그만 놓쳤다는 아쉬움까지 밀려온다. 그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생명은 자연스레 오는 것이고 자연스레 갈 수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도와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구 작가에게 해준 말이다. 그는 책 속 과거를 회상하는 글에 이 문구를 담았지만 어떤 책임감이 솟아오른다. 수의사를 넘어, 반려동물의 집사를 넘어 모든 이가 잠시 인간별에 머물다가는 모든 동물의 안위를 걱정하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212쪽,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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