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차림으로 피해자 집 들어간 정유정, 범행 뒤엔 피해자 옷으로 환복…왜?

입력 2023-06-04 16:57:38 수정 2023-06-04 20:49:52

시신 훼손에 쓴 흉기, 중국집서 사용하는 도구…인근 마트서 구입한 듯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던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던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범행 직후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 입고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정이 시신 훼손 등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중식집에서 쓰는 도구로, 인근 마트에서 구입한 점도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4일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30분쯤 피해자 A씨 집을 찾아갈 때 교복 차림이었다. 이후 A씨를 살해한 뒤 집에 있던 A씨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

범행 이틀 전 과외 중개 앱을 통해 A씨에게 접근한 정유정은 학부모를 사칭해 "아이를 보낼 테니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이후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A씨 집을 찾아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정유정이 대화를 하면서 A씨가 혼자 있는지 등을 살핀 뒤 범행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교복에 범행 흔적이 남게 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피해자 집에 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또 정유정이 A씨 시신을 훼손하는 데 쓴 흉기는 중화요리 집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인근 마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중국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도구로 안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A씨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정유정은 A씨 집에 있는 흉기로 A씨를 살해한 뒤 인근 마트에 들러 락스와 비닐봉지, 흉기 등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챙긴 정유정은 다시 A씨 집으로 와 숨진 A씨 시신을 훼손했다.

정유정은 다음날인 27일 0시 50분쯤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담은 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 풀숲으로 가 시신을 유기했다.

택시 기사는 야심한 시각 캐리어를 들고 인적 드문 풀숲에 내리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겼고, 풀숲 인근 도로변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을 유기한 풀숲은 평소 정유정이 자주 산책하러 다녔던 곳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정유정은 범행 세 달 전부터 인터넷에 살인과 관련한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정은 평소 범죄 수사 방송과 책을 통해 살인을 준비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별다른 직업 없이 할아버지와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 살인하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인 충동이 생겨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수사 초기에 "진범은 따로 있고, 나는 유기만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 거주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에서 정유정만 현장에 드나든 점이 확인돼, 이같은 초기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2일 정유정을 살인 및 사체 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부산지검은 "강력범죄전담부 소속 검사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라며 "정확한 범행동기 등 실체를 밝혀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