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윤석열 정부, 가치지향은 맞지만…

입력 2023-06-01 17:53:11 수정 2023-06-01 21:14:46

지난 문재인 정권 때보다 민생 낫다고 말할 수 있나?
집권여당 행태, 더불어민주당과 오십보백보

여론특집부 차장
여론특집부 차장

2022년 3월 9일 대선, 벌써 15개월이 다 되어간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48.5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8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야당 윤석열 후보는 그렇게 가까스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대통령이 됐다. 현 시점에서 '잘 뽑았을까' 되묻는다면 국민들은 어떤 답을 할까?

지난 4월 26일 미국 국빈 방문 때 백악관 만찬에서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의 한 소절 '롱~ 롱~ 타임 어고'(Long Long time ago)를 멋지게 부른 후 지지율은 계속 상승 중이다. 가장 최근 국정 지지율 조사(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에 따르면 42.5%. 대구경북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52.7%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은 국민들은 대체로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해석이 아닐까 싶다.

미국 국빈 방문 백악관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른
미국 국빈 방문 백악관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른 '아메리칸 파이'. 연합뉴스

보수 쪽 지지자들이 볼 때 윤석열 정부의 가치지향에는 대체로 공감이 간다. 신냉전 구도로 악화되고 있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 형국에서 맏형이자 70년 동맹 미국에 폭 안긴 외교도 현실적으로 보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전쟁을 벌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북한이 시시때때로 미사일을 쏘아 대는 데 기댈 곳이 없다. 자유 진영으로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킨 것도 잘못된 선택이라 하기는 어렵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일도 타협 없이 잘 하고 있다. 극렬 보수 쪽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비극을 또 바라고 있을진대, 그 선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도 서해 공무원 피살과 탈북 어민 북송 등의 사건을 다루는 대통령실의 입장에서 감지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각종 비리 의혹(대장동, 성남FC, 변호사비 대납 등)에 대해서도 정치적 타협은 없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정권교체 후 늘 있어 왔던 정치적 이벤트 영수회담도 이 정부에선 없을 듯하다. 강성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지지자들 입장에선 박수 치고, 환호할 만하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해는 저물어 가고, 갈 길은 멀다. 5년은 결코 길지 않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무능한 '내로남불' 제1야당이 고맙겠지만, 집권 여당 행태 역시 오십보백보, 난형난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밑 공천 경쟁에 혈안이 되어 민생은 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정도로 가야 함에도 여당 소속 국회의원 113명은 '그래도 대통령 줄을 잡아야지' 하며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집권당이 앞장서 민생을 돌보고, 대통령을 뒷받침해야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는데 '지금이 그런가' 의구심이 든다.

윤석열 정부는 가치지향만 똑바로 하면 할 일을 다 한 건가 세심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문재인 정권에 비해 민생은 더없이 피폐해지고 있다. 과거 정부와 현 야당의 각종 비리 의혹과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갈 길을 잃은 자영업자들과 청년들 그리고 경제적 약자들이 '그래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계층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는 구조적 양극화 해소에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3년 9개월 후에 또다시 정권을 넘겨주고 난 다음에 "방향은 맞은데, 결과는 엉망" "과정은 좋았는데, 왜 이래 됐지?" "그래도 지난 정부보다 잘 했잖아" 등 이런 푸념 섞인 하소연만 하면서 '롱~ 롱~ 타임 어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 여야를 떠나, 좌우를 떠나 민생을 살피며 '그래도 이 나라에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을 이 나라 온 백성(국민)이 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