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대구 농업협동조합 소송 판결
직무 그대로인데 임금은 삭감, 취업규칙 변경 근로자 과반수 동의 필수
제대로 된 설명이나 공론 절차 없이 동의서만 빠르게 취합
법원 "절차적 요건 못 갖춰 무효", 퇴직자에 최대 6천500만원 지급 명령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구 한 농협에서 퇴직자들이 삭감된 임금을 지급해달라며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과 동일 직무를 맡으면서도 임금은 깎이는 등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인데 제대로 된 근로자 의견 수합 없이 형식적 동의를 구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김정일 부장판사)는 A(64) 씨 등 5명이 대구 한 농업협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에서 조합이 원고들에게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삭감된 임금 2천400만원에서 6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1959년생인 원고 5명은 2018~2019년 연말 퇴직했다. 이들이 근무한 조합은 2016년 60세 이상 정년 및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노사협의회를 열고 연차별 지급률 등 관련사항을 의결했다.
당시 연령별 지급률은 57세 70%, 58세 65%, 59세 60%, 60세 55%로 정했고 직급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의 직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A씨 등 5명은 퇴직할 당시까지 별도의 직무를 부여받지 않은 채 종전의 직급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 측은 종전과 동일 업무를 수행하면서 임금이 깎이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므로 이 경우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합 측이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직원 392명 중 268명의 동의서를 받았으나 관련 설명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실질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법원도 조합이 동의를 구한 방식에 주목했다. 노조가 없는 조합에서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유효하려면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를 요한다.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변경 취업규칙에 대한 회사의 적절한 공고·설명절차 ▷근로자 회의 등 집단 의논절차 및 찬반 의견 교환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찬성 등을 필요로 했다.
반면 조합 측은 전체 근로자 379명을 35개의 개별 사업장별 단위로 분리하여 동의의사를 취합했다. 개별 사업장 근로자가 평균 11명에 불과해 일정 단위 근로자들의 모여 의견을 교환했다거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조합은 관련 공문을 사업장에 발송하면서 수일 내에 근로자 동의 의사를 취합해 회신할 것을 요구했다. 또 동의서가 해당공문 발송 다음날에 대부분 회신된 점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조합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동시에 정년이 연장됐고 다른 금융기관의 임금피크제 내용과 비교하더라도 근로자의 불이익이 적다며 맞섰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년 연장은 고령자고용법이 정년 60세 이상을 의무화했기 때문이고, 임금피크제로 인해 기존 정년 시기 이전 기간인 57~58세 임금 감액이 수반되는 점 등을 봤을 때 불이익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에 무효고 원고들에게는 변경 전 직원급여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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