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골프세태] <10> ‘걱정한대로’ 아닌 ‘생각한대로’

입력 2023-05-25 16:01:23 수정 2023-05-25 19:12:21

LPGA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지난해 트러블 샷 실패, 쿼드러플 보기
해저드 말뚝 밖 등 트러블 샷 웬만하면 안하는 편이 안전빵

팔공컨트리클럽 IN코스 17번 홀에서 만날 수 있는
팔공컨트리클럽 IN코스 17번 홀에서 만날 수 있는 '허심일타' 표지석. 출처='대구 멋쟁이 신사' 블로그

"허심일타(虛心一打)와 수처작주(隨處作主)"

팔공컨트리클럽 IN코스 17번홀과 거제뷰CC 스타트에는 한자로 '허심일타' 그리고 순천 파인힐스CC 파인코스 5번홀에는 '수주작처'라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와 주인의 의지대로 행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 골프는 그렇다. 다양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대자연 속에서 작은 골프공 하나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그런 게임 속성을 갖고 있다. 오죽하면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목생도사'(木生道死, 나무 맞으며 살고, 도로 맞으면 죽는다)는 골프 고사성어도 라운딩 할 때마다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골프는 한발 물러섬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길이다. 이는 프로나 아마추어나 다르지 않다. 모험을 해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분명히 다르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모두 각자의 몫이다.

◆'걱정한대로'와 '생각한대로'의 차이

몸 컨디션은 괜찮은데, 생각이 많은 날 골프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잘 못치는 사람은 걱정한대로 공이 가고, 잘 치는 사람은 생각한대로 공이 간다. 실제 그렇다. 그립 잡을 때마다 이랬다 저랬다 시간을 끌면, 대체로 그립이 불안정해 미스샷이 많이 난다. 잘 치는 사람은 자신의 리듬대로 '원-투-쓰리' 마음 속으로 외쳐가며, 부드러운 굿샷을 계속 날린다.

또 애매한 거리가 남았을 때, 아마추어들은 우드나 유틸리티를 잡을까, 긴 아이언(4번, 5번, 6번)을 선택할까 고민하다 결국은 좋지 않은 샷이 나왔을 때 후회를 거듭한다. 하지만 프로들은 티샷할 때부터 전략을 가지고 들어간다. 세컨샷은 거의 그 홀 시작할 때, 대략 마음의 결정이 서있다. 쉽게 얘기하면 생각이 많은 것도 미스샷의 확률을 높일 뿐이다. 하지만 더 길게 보면, 이런 저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도 좀 더 나아지려는 과정 속에 있다고 여기면 위로가 된다. 분명한 것은 '걱정하는대로'에서 서서히 '생각한대로'로 나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고진영이 높은 벽을 앞에 둔 페널티 구역에서 샷을 하고 있다. 결과는 그 홀 쿼드러플. 연합뉴스
고진영이 높은 벽을 앞에 둔 페널티 구역에서 샷을 하고 있다. 결과는 그 홀 쿼드러플. 연합뉴스

◆트러블 샷을 할 때, 대체로 '안전빵'이 최고

트러블 샷은 프로나 아마추어나 일단 탈출을 목적으로 하는 편이 좋다. 10% 이내의 확률을 보고 친다는 것은 그 홀을 망치는 길이다. 쉽게 얘기하면, 보기 정도로 막아야 함에도 트리플, 퀴드러플, 양파로 이어질 수 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도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윌셔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디오 임플란트 LA오픈 3라운드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대형사고를 냈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페널티 구역에 빠졌는데, '바랑카'(협곡)라 부르는 깊은 개울이었다. 과감하게 탈출을 시도했으나, 볼은 벽 상단을 맞고 다시 내려왔고, 다시 한번 진흙 위에서 온그린을 시도했으나 또 벽에 걸려 떨어졌다. 그제서야 고진영은 진흙 샷을 포기했다. 그래도 고진영은 프로 정신이 빛났다. 경기가 끝난 후 "오늘 나쁘지 않은 플레이였고, 단지 17번 홀에서만 큰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게 골프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필자 역시 청도 그레이스에서 세컨드 샷이 경사가 가파른 벙커턱 아래에 떨어졌는데, 5번을 치고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은 양파로 그 홀을 포기해야 했다. 아예 벌타 1타 먹고, 두 클럽 뒤로 빼서 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에서도 가능한 트러블 샷은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갖다 놓는 것이 상책이다. 사진은 PGA에서 화근이 된 앤서니 김의 트러블 샷 장면.
프로에서도 가능한 트러블 샷은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갖다 놓는 것이 상책이다. 사진은 PGA에서 화근이 된 앤서니 김의 트러블 샷 장면.

◆해저도 말뚝 밖에서 '굳이 불굴의 의지'

아마추어들도 대체로 로컬룰은 OB(Out of Bound)는 2벌타 처리하고, OB 티가 있는 곳에서 네번째 샷을 하거나 세컨드샷부터는 워킹 1벌타를 먹고 그 자리에서 다시 친다. 라인 선상에 있는 공은 행운으로 인정해 그곳에서 샷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 마저도 말뚝 지나있느냐를 두고 다투기 십상이다. 동반자 2명 이상 OB라고 하면, 더 이상 다툼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문제는 해저드 샷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해저드의 경우 공이 살아만 있으면, 손대지 않고 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이 경우 짧은 아이언채로 공을 탈출하는데 만족하거나, 언플레어블(공치는 것이 불가) 선언하고 해저드 티로 가는 편이 여러 모로 안전하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를 허다하게 많이 목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