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전기차 택시 급발진 사고 의심, 수사기관 국내 첫 정밀조사(종합)

입력 2023-05-25 14:58:02 수정 2023-05-25 22:08:53

블랙박스 영상에서 급발진 사고 정황 나와..국과수 상주경찰 급발진 의심사고 분류, 정밀 조사 착수

하천으로 추락해 전복된 택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북 소방본부 제공.
하천으로 추락해 전복된 택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북 소방본부 제공.

경북 상주시 전기차 택시 추락 사망사고(매일신문 24·25일 보도)의 원인이 '급발진'으로 추정돼 수사당국이 정밀 조사를 시작했다.

25일 상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발생한 전기차 택시 추락 사망사고를 급발진 의심사고로 분류, 정밀 조사에 나섰다.

내연차가 아닌 전기차 급발진 여부를 수사기관이 본격 검증하기로 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내연차의 경우 종종 급발진 의심사고가 접수되긴 했지만 차량결함이 입증된 경우가 없었다.

전기차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 테슬라의 급발진 의심사례가 잇달아 보고돼 논란이 있었고 국내 전기차의 경우 주행 중이거나 충전 중일 때 차량에 불이 난 사례는 있지만 급발진 의심사고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 사고 장소가 서행할 수밖에 없는 원룸촌 내 이면도로이고 택시에 설치돼 있던 블랙박스 영상 등에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나 정확한 사고경위를 밝혀 보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 차량에 내장된 주행정보 등 운행기록 저장장치 등을 국과수에 보내 분석과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택시 속 블랙박스 영상과 운행 정황에 비춰 급발진 의심 정황이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장소는 경북대 상주캠퍼스 주변 빌라촌 이면도로다.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길이 100m의 좁은 골목으로, 평균 시속 30㎞를 넘겨 달리기 힘들다.

그러나 경찰이 확인한 블랙박스 영상과 차량 GPS 등을 보면 해당 차량이 순간적으로 시속 80~90㎞까지 달려 나간 것으로 나타났고, 택시기사와 탑승자 모두 크게 놀라는 모습도 포착됐다.

택시는 그 직후 빌라촌 뒤 하천변의 철제 담장을 들이받고서 그대로 하천에 추락했다.

택시는 11개월 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현장 주변 CCTV와 다른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조사해 사고 당시 택시에 제동등이 켜져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제동등이 켜졌는데도 과속이 됐다면 급발진 사고가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학수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가려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1시 53분쯤 상주시 가장동 일대에서 20대 승객을 태우고 달리던 현대차 아이오닉5 택시가 우회전 차로를 이탈해 하천으로 추락, 전복돼 60대 운전자가 숨지고 20대 승객이 목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