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 지키는 ‘우회전 일시 정지’, 시민의식으로 뿌리내리자

입력 2023-05-25 05:00:00

'전방 적색신호 시 우회전 전 일시 정지'와 '우회전 신호등 설치 시 녹색 화살표에만 우회전'을 의무화한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의 계도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교차로 등에서 '적색신호 시 일시 정지' 규정을 지키는 우회전 차량은 많지 않다. 위반하면 범칙금과 벌점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지만, 몸에 밴 운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달라진 규정을 헷갈려 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대구경찰청 통계를 보면, 올해 2~4월 대구시 내 보행자 대상 우회전 사고(잠정)는 모두 245건이다. 이는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화 이후 사고 건수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발생 건수(250건)와 비슷하다. '우회전 일시 정지' 규정이 운전 문화에 정착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경찰관이 단속하는 현장에서도 위반하는 운전자들이 있고, 단속에 걸리면 '왜 나만 잡느냐' '몰랐다'는 불평들이 나오고 있다.

우회전 일시 정지 규정은 교통사고 예방과 보행자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우회전 차량의 일시 정지는 보행자 안전에 큰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는 우회전 차량 사고로 인해 한 해 130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운전자는 정지선 앞에서 무조건 멈춰야 한다. 전방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으면 우회전할 수 있지만, 보행자가 있으면 보행자가 완전히 횡단보도를 건너간 뒤에 가야 한다.

우회전 일시 정지는 4개월의 홍보·계도기간을 거쳤지만, 운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운전 습관을 개선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단속이 능사는 아니다. 시민들이 우회전 방법에 익숙해질 때까지 계도를 병행해야 한다. 홍보용 메시지는 '적색신호에는 무조건 정지' '우회전 시 우선 멈춘 뒤 서행' 등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 우회전 전용 신호등 설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교통정체나 신호주기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우회전 전용차로 등에는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우회전 일시 정지는 생명을 지키는 습관이다. 선진 교통 문화는 성숙된 시민의식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