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남영찬
법률안 재의(再議)요구권은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을 대통령이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는 권한이다. 법률안거부권(veto power)이라고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내 강성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가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처럼회가 추진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발의 대표자인 김용민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이해 충돌 우려가 있는 안건 등에 대한 회피 조항이 규정되어 있지만 대통령의 경우 이해 충돌의 상황 속에서도 재의권에 대한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어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기본이 결여된 억지이다.
법률안거부권은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그 행사 요건은 따로 없고, 단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행사할 수 있다. 하위법인 법률로 최상위법인 헌법을 바꾸어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법리상 불가능하다. 명백히 헌법에 반하는 것이고, 그래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이렇게 헌법까지 가벼이 여기는 자들이 정치를 하니 나라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이들의 행태를 비판하였다.
법률안거부권은 헌법 수호와 대통령직의 방위 수단이자, 국회의 경솔과 횡포에 대한 통제 수단이다. 법률안거부권은 일종의 입법 권한이고, 이를 행사하는 대통령은 최고 입법자(chief legislater)라고 할 수 있다. 국회는 대통령의 부당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함으로써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5월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하여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75년간 재의요구가 행사된 사례는 총 76건이다. 의원내각제 시기의 8건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행사한 것은 68건이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8년 양곡매입법안에 대하여 최초로 거부권을 행사한 이래 건국 초창기에 무려 4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5건, 노태우 전 대통령이 7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6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건을 각 행사하였다. 최규하,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정부에 법률안제출권이 인정되지 아니한 미국의 경우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매우 빈번하다. 1789년부터 2018년까지 229년 동안 무려 2천574건이나 된다. 연평균 11건이 넘고, 이는 우리나라의 12배 정도다. 초기에는 헌법 위반이나 대통령의 권한을 침범하는 법률안에 국한하여 행사되었지만, 점차적으로 정책적 이유로 거부권이 행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재임 기간 대비 거부권 행사가 많았던 이승만,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적어도 임기의 일부를 여소야대 상황에서 재직하였다.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대통령과 국회의 역학 관계에 큰 영향을 받음을 보여준다. 제21대 국회는 여당인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이 180석(60.6%)을 점한 기울어진 지형으로 출발하였고, 현재 여야만 뒤바뀌었을 뿐 정치 지형의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입법 세력의 교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현 정부에서 법률안거부권을 둘러싼 대립이 심화될 소지가 많다. 윤 대통령이 재임 1년 동안 벌써 2건의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였고, 노란봉투법, 방송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거부권의 잠재적 대상인 법률안들이 대기하고 있다.
거대 야당이 위헌성이 농후한 노란봉투법 의결을 감행한다면, 법률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함으로써 입법권을 정치 공세의 도구로 남용하는 것임을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스캔들 등 삼각 리스크에 매몰된 야당의 궁여지책이나, 얕은 술수임이 분명하다. 진정 국민을 위한 법률이라면 정권 교체 이전에 의결하고 선포하였어야 한다.
다수 야당이 입법 폭주를 하고 이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 쓰는 경우 국정의 통합·조정자의 지위에서 헌법상의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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