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이 가능할까?
현재 소선거구제는 1988년 제13대 총선을 앞두고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 등 '1노 3김' 시절에 만들어졌다. 이후 여러 차례 선거구제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연초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주요 의제는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 비례대표 선출 방안 등 3가지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 또는 축소 주장이 일부 있었으나 300석을 유지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를 하고 의제에서 빠졌다.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지난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열렸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동의안 이후 20년 만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제안한 선거구제 개편안을 놓고 토론을 진행했고, 이후 5월에는 시민참여단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공론조사는 숙의 전 조사, 숙의 토론, 숙의 후 조사로 진행되었다.
숙의토론회 모집에 동의한 만 18세 이상 남녀 534명을 대상으로 숙의 전 조사를 실시하고, 숙의 토론을 거치고, 숙의 후 조사는 숙의토론회 종료까지 참석한 시민참여단 469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웹 조사 방식으로 실시하였다.
지난 5월 17일 정개특위(위원장 남인순)가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을 위한 공론조사'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이 원하는 제도 개혁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70%로 많았고, 소선거구제(56%)에 대한 선호가 중대선거구제(40%)보다 좀 더 높았다. 다만 도시지역에서 여러 개 선거구를 합해 3명 이상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농산어촌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자는 '도농 복합형 선거구제'에 대한 선호(59%)가 중대선거구제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비례대표 투표 방식은 권역별 투표 방식보다는 전국 단위를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이 높았고, 정당만 투표하는 폐쇄형 명부식보다는 정당과 후보까지 투표하는 개방형 명부식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회의원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을 연동하자는 의견이 과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공론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국민이 원하는 선거제 개편 방향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국회가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고, 시민 공론조사까지 실시한 것은 분명 진일보한 정치이다. 그러나 국회가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 배지가 걸린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구 조정조차도 쉽지 않다.
법률은 선거일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과 의원 간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일에 임박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공론조사 결과 발표 직후 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 여야 청년 정치인으로 구성된 '정치개혁 2050'은 지난 17일 오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이 직접 결론을 내려준 공론조사 결과를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표결하고, 후속 선거구 획정까지 6월 내에 끝낼 것, 그리고 양당은 편법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후 자서전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성숙한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지역감정을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모든 지역에서 정치적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수파가 생존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일 좋겠지만, 대도시에서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을 뽑고 작은 도시와 농촌에서는 지금처럼 하나만 뽑는 도농 복합 선거구제라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야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고, 30년 만에 찾아온 선거제 개혁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정치개혁의 시작은 선거제 개혁이다. 권력 투쟁형 정치가 아니라 국가 비전과 정책 능력 등 국가 지도 능력으로 승부하는 국가경영형 정치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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