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미래로병원 상담 업무 이춘자 수녀 펴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아름다운 세상만 생각하고 살자’
벼랑 끝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사람들이 약봉지, 달력 뒷장, 영수증 뒷면에 빼곡히 쓴 글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구미 미래로병원에서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이춘자 수녀(세례명 아녜스·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는 자살 시도를 했던 환자들의 사연을 모은 책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를 펴냈다.
구미 성심요양원 원장을 지낸 이 수녀는 2020년 12월부터 미래로병원에서 정신질환 환자들, 그중에서도 자살 시도를 했던 환자들을 만나 상담과 기도를 하고 있다. 그는 한 번에 30분씩 하루에 8, 9명의 환자들과 만나 대화한다. 하지만 시간이 제한되다 보니 환자들은 상담 중 미처 다하지 못했던 사연을 글로 적어 이 수녀에게 하나둘씩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냥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사연을 모아 이 수녀는 류동근 병원장과 상의했고, 이번에 책으로 발간하게 됐다.
이 수녀는 "환자들이 약봉지와 달력 뒷장, 영수증 뒷면에 글을 적어 주길래 노트를 사주면서 일기도 쓰고 말 못 할 사연을 풀어 보라고 했다"며 "며칠 후 각자가 겪었던 아픔과 사정들을 솔직하고 용기 있게 쓴 것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책 제목은 병원에서 이 수녀에게 상담을 받은 강대현 씨의 시 '힘내'에서 영감을 받았다.
강씨는 시를 통해 '너만 아픈 게 아니야/ 세상 사람들에게도/ 하나씩 아픔은 다 있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만 생각하고 살자'라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이 수녀가 책을 만든다고 하자 도움도 잇따랐다. 류동근 병원장과 대구대교구 5대리구 교구장 대리 김준우(마리오) 신부는 책 제작 비용을 보탰다. 김경우(베드로) 씨는 삽화를 직접 그려 후원했다. 안동교구장 두봉(레나도) 주교와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 등은 격려 글로 마음을 표현했다. 매일신문 논설위원 출신인 정인열 대구가톨릭대 글쓰기말하기센터 부교수는 편집에 대해 도움을 줬다.
이 수녀는 "환자들이 글을 쓰면서 삶의 희망을 찾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 이 문집을 통해 삶이란 고통스러울 때도 많지만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새 희망을 안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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