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 교수의 골프산업]<11>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가 욕먹을 일?

입력 2023-05-18 15:14:58 수정 2023-06-22 15:29:13

골프가 귀족 놀이인가?…일방적 폄훼, 1천200만 골퍼애호가 등지는 일
골프 클럽·그린피·캐디피…비싼 비용에 부정적 이미지
'박세리 맨발' 국민 감동 이후 선수들 골프 대중화 큰 기여
일부 위화감 조장 멈췄으면

대한민국 국민들에 희망의 감동을 선사한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 장면. USGA 제공
대한민국 국민들에 희망의 감동을 선사한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 장면. USGA 제공

경남 창녕(힐마루)에서 열린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관련된 뉴스를 검색하니, 시민 정서에 맞지 않는 행사라는 많은 비판과 볼멘 의견들이 가득했다. 또한, 행사 당일에 비까지 내려 골프를 완연히 즐기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으나, 참가한 공무원들의 모습은 더없이 당당하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이번 주 칼럼을 통해 골프가 귀족 운동으로 인식되었던 역사 및 사회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해소되어야 할 부분들을 알아보자. 상황에 따라 너무나 극단적인 미디어 매체들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며, 대한민국 1등 생활체육인 골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지닌 분들이 알았으면 하는 골프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골프의 기원은 양치기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놀이로 알고 있지만, 스포츠로 전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귀족이 즐기던 그리고 귀족만이 즐길 수 있던 운동"임이 틀림없다. 귀족 운동이 된 이유는 골프 장비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연관돼 있다. 여느 스포츠와 다르게 골프는 14개의 클럽으로 공을 쳐서 홀(Hole)에 최소 타로 넣는 방식이다. 골프클럽 한 셋트를 제작하는 일은 숙련된 장인이 재료의 선정, 준비 및 제작의 마무리까지 몇 달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으며, 그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가죽을 재료로 1개 만드는데 하루가 걸렸던 골프 초창기 페더 공. 출처=위드골프/SL미디어
가죽을 재료로 1개 만드는데 하루가 걸렸던 골프 초창기 페더 공. 출처=위드골프/SL미디어

골프 장비 뿐 아니라 코스 입장료(그린피)와 캐디 임금에다 골프 공 가격도 비쌌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페더 공(소가죽에 거위 깃털을 채우고 봉합한 볼)의 제작은 한 개를 만드는데 하루가 걸렸다고 한다. 비거리라고 해봐야 고작 150야드 정도이며, 3홀 이상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그 내구성도 낮았다. 이후 표준화된 대량생산 시설에서 제작된 거터 페르차(Gutta Percha)공이 나오면서 골프공 제작비용이 현저히 낮아졌다.

우리나라 골프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구한말 개화기에 태동하여 일제 식민치하 시기 완성되었다는 탄생 과정과 미군 장교들의 취미 생활을 위해 마련된 군대 골프장과 함께 본격 귀족 스포츠 레저로 자리를 잡아갔다.

현재 골프는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마저 높이고 있다. 외환위기 IMF 구제금융 시기 당시 전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박세리 프로의 1998 US여자오픈 연못 맨발 투혼을 함 떠올려보자. 일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최경주, 박인비, 임성재, 김시우, 고진영, 전인지, 김주형 등 세계 스포츠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많은 스포츠 영웅은 골프 선수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렇듯 대중화되고 인기가 높은 골프에 대해 여전히 폄하하고 부정적 이미지로 몰아가는 기사를 통해 위화감을 조장하는 것은 그 정당성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골프 산업의 발전 동향(National Golf Foundation, Golf Industry Facts, 2022)에 대한 요약은 다음과 같다. ▷세계 85%의 국가(209)에서 골프를 하며, 전 세계 골프 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22% 증가했다. ▷성평등 달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로 2019년도부터 여성 골퍼 인구는 매년 8%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골프 신규 참가자 중 25%는 여성이다. ▷2019년 골프 관련 시설업은 아파트 상가마다 몇 개씩 있는 태권도장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골프는 대한민국 국민이 좋아하는 스포츠 TOP5 ▷ KGA(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2021년 골프 인구는 1천176만명으로 단일 스포츠 종목 중 가장 높은 참여 인구.

한국대학골프연맹 주최로 열린 제22회 한국대학 골프 선수권대회. 출처=사진으로 보는 한국 골프사
한국대학골프연맹 주최로 열린 제22회 한국대학 골프 선수권대회. 출처=사진으로 보는 한국 골프사

엘리트 골프 교육의 토대 마련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한탄바이러스(유행성 출혈열) 개발자로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린 고(故)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의 공이 크다. 이후 대학 골프연맹(1987년)이 탄생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레저 스포츠기업인 코오롱 고(故) 이동찬 회장의 헌신적인 지원에 의해 대한골프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우리의 골프 산업은 이미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더욱 포괄적인 모습의 참여자(다양한 연령대)가 유입되고 있으며, 골프장 운영자는 친환경을 넘어 지속 가능성에 초점 한 경영 방식을 확대해 가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화되는 골프산업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골프와 연관한 행사 그리고 그 참여자들을 불분명한 목적으로 폄훼하려면 1천200만명의 골퍼 애호가들과 등지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참고로

참고로 지방 최초의 골프 코스는 1923년 경북 수성명 대명동에 개장한 전장 2천880야드의 9홀 코스며, 지방 최초의 골프 역시 1923년 창설된 대구 골프구락부 이다. 대구는 유서 깊은 송암배 대회(대구컨트리클럽)의 도시이자 많은 유명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골프 명문 도시임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구시 공무원 골프 대회에 참여한 골퍼들의 당당한 모습은 대한민국에서의 골프라는 종목에 대한 인식 대전환의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

계명대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한국프로골프협회 소속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