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시대의 생존과 협치] 부산이 추구할 참발전 기상도

입력 2023-05-18 14:27:28 수정 2023-05-18 17:53:58

김정렬 대구대 교무처장,자치경찰학전공 교수
김정렬 대구대 교무처장,자치경찰학전공 교수

참발전은 상반된 가치가 조화된 균형발전을 추구한다. 지역경제와 시민행복 및 도시브랜드가 엇박자 나는 왜발전과 대비된다. 발전의 고저가 표시된 기상도는 국가경쟁력을 관리하는 중앙정부는 물론 331만 거주인구를 지키려는 부산광역시의 관심사이다.

신발과 해운을 앞세워 성장한 부산 경제는 재도약을 위해 2030 세계박람회 유치라는 담대한 목표를 설정했다. 피난수도 시절부터 누적된 혼잡도와 난개발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시장은 시민행복 15분 도시와 마을공동체 회복도 천명했다. 부산의 상징인 동백꽃, 갈매기, 고등어는 시민의 자부심과 이미지 개선에 기여했다.

부산시는 15분 이내에 1㎞ 정도의 근거리 학습망에 접근가능한 시민이 80.3%로 양호하다. 16개 구·군 모두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받은 상태에서 생애주기별 교육에 매진한 덕분이다. 시와 구·군이 협업해 인플루언서를 양성하고 온라인 콘텐츠도 강화했다.

심각한 교통난을 반영해 대중교통 친화도시로 도약한다는 구상도 수립했다. 지역화폐를 활용한 대중교통 통합할인제나 빅데이터를 접목한 시내버스 노선조정은 시민행복에 기여할 것이다. 부산역 동백상회는 지역특화 상품과 관광 기념품을 판매해 도시브랜드 가치를 증진시켰다.

부산시는 낙동강수계기금을 활용한 환경기초시설 투자와 비점오염원 관리에도 불구하고 산업단지의 폭발적 증가로 맑은 물 공급에 애로를 경험해 왔다. 대구시가 낙동강 취수원의 북상을 시도하는 것처럼 남강 수계의 활용은 물론 해수담수화나 강변여과수를 병행해야 한다.

부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도시에서 세계도시로 전환하고 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과 2005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도시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상승했다. 하지만 메가이벤트의 적지인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 도시브랜드가 떨어진다.

부산은 산복도로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처럼 언덕과 해안이 어우러진 명소가 많다. 용두산공원에서 바라보는 나훈아의 고향 초량은 물론 영도 카페의 야경도 눈부시다. 제주나 완도처럼 말을 키우던 영도의 산비탈에는 피난민들이 몰려와 주거지를 형성했다.

부산은 도시재생과 도시재개발이 한창이다. 감천문화마을,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등은 독특한 테마를 간직한 도시재생으로 유명하다. 영화의 도시답게 "국제시장"을 비롯해 로케이션도 활발한 편이다. 피난민의 소울푸드인 냉면이 전분이 귀한 부산에서 밀면으로 재탄생한 스토리도 애절하다.

부산을 대표하는 도시재개발 사례는 센텀시티, 엘시티 등이다. 벡스코가 자리한 센텀시티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으로 조성한 신도시이다. 센텀시티와 유사한 방식인 해운대 엘시티는 추진과정에서 지역 토호가 결부된 부패 시비가 일기도 했다.

부산도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개발을 주도한 동부산과 서부산도 인기를 끌었다. 기장군에 들어선 아울렛과 호텔 및 골프장은 복합관광단지로 부상했다. 부산의 변두리 강서구는 을숙도가 테마인 에코델타시티 조성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명지신도시와 대저토마토라는 대비적 상징을 적절히 혼합해야 한다.

부산시가 단행한 지방공기업 구조개혁인 부산시설공단과 스포원의 통합도 고무적이다. 중앙정부의 구조개혁 방향을 지방공공기관이 제안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부산이 국가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과 관련해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가시화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한 점도 인상적이다.

요즘 부산의 화두는 등록 엑스포 유치이다. 수천만 명이 몰리는 행사는 경제효과가 상당하다. 리야드나 로마와의 경합을 주관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앞에서 "부산은 준비됐다"를 외쳤던 이유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에 필적하는 엑스포를 유치해야 부산이 부흥할 것이다. 대전과 여수, 상하이와 두바이 사례도 학습해야 한다.

엑스포 행사가 예정된 북항지구는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윤곽을 드러냈다. 부산역 맞은편 국제여객터미널과 연안여객터미널 사이의 공간이 정비되었고 랜드마크로 오페라하우스를 신축하고 있다. 아이치 엑스포의 성공에 츄부공항이 기여한 것처럼 가덕신공항도 긴요하다.

부산이 오사카-고베-교토가 밀착한 간사이나 밀라노-제노바-토리노가 주도한 제3의 이탈리아처럼 엑스포를 활용해 광역개발의 동력을 확보하려면 부울경은 물론 대구경북의 동반자 역할이 요구된다. 엑스포 실사단 방문에 뒤이어 경쟁 PT에서는 남부권 자치단체가 행사장 병풍이 아니라 구체적 사명을 공유해야 한다. 부산의 서비스업과 울산의 제조업은 물론 거제의 해양레저와 경주의 역사휴양도 연계해야 한다.

울산의 남구는 석유화학과 비철금속이 동구는 자동차와 조선이 주력산업이다. 4대 주력산업을 대표하는 SK에너지, 고려아연,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등은 산업시찰 대상이다. 중후장대 공장설비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장관이다.

동경주IC로 나가면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 유적지와 원자력 단지를 만나게 된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저준위 방폐장을 지나 토함산을 넘으면 보문관광단지가 보인다. 이곳은 엑스포 관람객의 분산배치나 연계 관광에 유용하다.

부산이 추구할 참발전은 경쟁보다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 엑스포 유치를 자치단체 간 관계 재정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인접 시도의 지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의 호응을 유도하기는 어렵다. 정부나 재계의 지원은 물론 시민의 동참도 절실하다.

부산의 참발전은 효율성과 공공성 및 완결성의 조화가 요구된다. 효율성 가치를 구성하는 경제성, 능률성, 효과성을 관리해야 한다. 공공성은 윤리로 수렴하는 형평, 소통, 생태를 중시해야 한다. 완결성에 긴요한 합법성, 지속성, 가외성의 내면화도 필요하다.

김정렬(대구대 교무처장, 자치경찰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