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AI 예술’에 대한 단상

입력 2023-05-17 17:32:04 수정 2023-05-17 18:30:22

전창훈 문화체육부장

전창훈 문화체육부장
전창훈 문화체육부장

지난 5~7일 아트 부산 2023은 '역대 최대'로 규모도 규모지만, 무엇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아트페어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AI 화가'라 불리는 '달리2'의 출현이었다.

주최 측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에서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2'를 체험해 보게끔 키오스크 형태로 비치했다. 체험자가 모네, 고흐, 세잔, 피카소, 앤디 워홀 등 다양한 작가 중에 한 명을 선택하고, 그리고 싶은 키워드를 고르면 30초 남짓으로 해서 자신이 고른 작가 스타일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준다.

해당 체험은 '맛보기'에 불과하지만, AI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예술'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이슨 앨런(40)이 출품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그림이 1위를 수상했는데, 해당 작품이 '미드저니'라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그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주최 측은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이 해당 작품이 AI가 그린 작품인지 몰랐다면서도 알았더라도 상을 줬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주최 측과 심사위원들은 AI로 만든 해당 작품에 대해 작품성을 인정했다는 이야기다.

국내만 해도 Doma나 두민 등 일부 화가가 AI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린 작품을 전시회에서 공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AI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창작과 예술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그만큼 창작성과 예술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AI가 최근 들어 전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사무나 노동 업무의 보조 역할을 넘어 인간만의 영역으로 확신했던 예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상 엄청난 이슈다. 더욱이 AI가 만들어낸 일부 작품은 웬만한 작가들의 그것보다 낫다는 평가가 있어 기성 예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한 화가는 "어떤 작품을 보면 AI가 그린 것인지, 사람이 그린 것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멘붕'이 오면서 작가로서 위기감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AI가 만들어낸 작품은 분명 한계가 있다. 예술 작품은 단순히 그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의 삶과 숨결이 담겨 있다. 작품에 숨겨져 있는 예술가의 고뇌와 아픔, 환희 등이 묻어 있다. 감상자는 그런 것을 교감하면서 작품을 더욱 예술적으로 승화시킨다. 아직까지 AI가 그려낸 작품에는 그런 면이 없다.

그렇다고 AI에 의한 것을 무조건 부정하고 거부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AI를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AI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제 수용과 포용의 단계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또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과거에도 카메라나 컴퓨터그래픽 등 기술이 예술적 기교를 발휘하면서 '예술계 위협'을 놓고 논란이 뜨거웠지만, 새로운 예술 분야로 발전해 기존 예술과 공존해 왔다.

세계 각국 정부는 이미 AI에 대한 활용과 규제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예술계 또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공론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술은 또 다른 도약을 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