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동 이플릭서 매년 로고 색 바꿔 발매
출시 하자마자 오픈런 행렬…2천장 솔드아웃
"요즘 청년들,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에 애정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하는 분들은 이 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년 2천장이 순식간에 솔드아웃되는 '대구 티셔츠' 얘기다.
나만 몰랐어?라고 묻는다면 충분히, 혼자만 몰랐을 수 있다. 패피(패션 피플) 사이에서 '대구 티셔츠'는 이미 유명하다. 대구 중구 교동의 스트릿편집숍 '이플릭(eplc)'에는 매년 2월마다 그걸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출시 당일 오픈런은 기본. 대구 출신할 것 없이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입고 힙하게 찍은 사진들이 SNS를 장식한다.
사실 디자인이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흰 티에 큼지막하고 심플하게 'DAEGU'라고 적힌 문구가 전부다.
작정하고 만든 것도 아니다. 대구 티셔츠는 이플릭을 연 지 1주년이 되던 2016년, 윤동원(36) 이플릭 대표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선물용 굿즈였다. 윤 대표는 "인스타에 티셔츠를 올렸더니 판매하라는 요구가 많았다. 그 때부터 매년 한정적으로 대구 티셔츠를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티셔츠에 열광하는 이유도 '한정판'에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 그는 매년 로고 색을 바꿔 대구 티셔츠를 소량 제작, 발매한다. 많아봐야 2천장 가량인데, 예약 판매도, 추가 생산도 없다. 2월쯤부터 판매를 시작하면 여름이 되기 전에 전체 물량이 품절된다.
윤 대표는 "한정판이라 쉽게 구하지 못하니 인기가 많은 것 같다"며 "너무 흔해지면 인기가 없어질까봐 일부러 희소성 있게 제작하는 것이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비결"이라고 했다. 이어 "소매를 자르거나, 허리 부분을 잘라 크롭티를 만드는 등 자신만의 개성을 더해 유니크하게 입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구매층은 20대가 많지만, 가끔 중장년층들도 자녀에게 선물로 주려고 대구 티셔츠를 산단다. 대구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타지에서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는 대구 출신들도 주요 고객이다.
이플릭 곳곳을 둘러보다 '大邱(DAEGU)'라고 적힌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6주년 때, 래퍼 쌈디(사이먼 도미닉)의 브랜드로 잘 알려진 다크룸스튜디오와 협업해 만든 모자. 그 옆에 놓인 '대구 053' 모자는 래퍼 창모의 브랜드 리빌리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했다. 어라, 옆에 '빠끄'라고 적힌 피규어도 있다. 래퍼 염따도 왔다갔단다.
협업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윤 대표가 처음 대구 티셔츠를 만들며 꿈꿨던 목표도 눈앞에 있다. 삼성라이온즈 구단과 협업을 준비 중이어서다. 이플릭은 2019년에도 대구FC와 협업한 에디션 제품을 내놓아 인기를 끈 바 있다.
유명한 래퍼들이 다녀간 그 공간에 앉아 두둠칫 두둠칫,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그루브를 타며 이 힙한 아이템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아무것도 안샀는데도 스웩(swag·멋짐을 뜻하는 힙합 용어)이 흘러넘치는 기분이다. 아, 대구부심(대구+자부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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