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일본을 바꾸는 윤석열

입력 2023-05-15 20:14:04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 때만 하더라도 "괜한 헛걸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미국 국빈 방문 대성공과 '워싱턴 선언'은 상황을 급변시켰다. 이달 19일부터 2박 3일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준비에 겨를이 없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먼저 서둘러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초에는 G7 정상회의를 끝낸 뒤 방한하는 것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만큼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은 동북아와 세계 안보 질서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전략 관계 속에서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한국·미국 간 협력이 지금보다 더 중요한 시기는 없었다"면서 "한국 방문으로 보다 더 심화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우정, 그리고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힘을 합쳐 양국의 신시대를 열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는 "G7 서밋 호스트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먼저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뜻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이 한국인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력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요코하마 일대에 300억 엔(약 2천971억 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시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투자액의 3분의 1 이상이 일본 정부의 보조금이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및 첨단 패키징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후공정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국내 10여 곳, 중국 3곳의 시제품 생산 라인을 보유한 삼성전자로서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일본 역시 손해 보는 게임은 결코 아니다. 일본 정부는 각각 5조 원에 육박하는 보조금(라인 건설 비용의 절반가량)을 지불하며,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와 메모리 세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을 유치한 데 이어, 메모리 세계 1위 및 파운드리 세계 2위 삼성전자까지 일본으로 모시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 글로벌 반도체 허브를 꿈꾼다. 한국의 '죽창가' 세력은 여전히 과거에 매몰되어 꿈조차 포기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