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2대째 이어진 '샤르코-마리-투스병' "희소병 물려줘 미안한 마음만"

입력 2023-05-16 06:30:00 수정 2023-05-16 11:44:08

임신 중 술 마시고 자연 유산 위해 언덕서 구르고 양잿물 들이켜
선천적으로 '샤르코-마리-투스병' 시각장애 안고 태어나…아들까지 유전
아내 역시 지적장애…세 식구 모두 장애 있어 수급비 대부분은 의료비로

지난 12일 김광명(가명·56) 씨의 아내 조유옥(가명·47) 씨가
지난 12일 김광명(가명·56) 씨의 아내 조유옥(가명·47) 씨가 '샤르코-마리-투스병'으로 수술을 받은 아들의 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그때 너 임신한 줄은 꿈에도 몰랐지."

언젠가 어머니는 모든 걸 말해주셨다. 날씨 얘기를 하듯 담담하게. 그날 밤 동네 술자리에서 술을 그렇게 마셨으니, 장애아를 낳을 게 뻔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는 양잿물도 마셔보고, 비탈진 언덕에서 구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였다. 어머니에겐 죄송한 일이지만, 1966년 10월 12일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든 말이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 2대째 이어진 '샤르코-마리-투스병'

어머니의 원치 않았던 임신으로 탄생한 김광명(가명·56) 씨는 '샤르코-마리-투스병'이라는 희귀병을 갖고 태어났다. 두 발이 안쪽으로 휜 채 절뚝절뚝 걷는 광명 씨를 본 사람들은 "어린놈이 벌써 술이나 마시고 비틀거린다"며 손가락질했다. 시력 또한 측정 자체가 안 되는 수준으로 나빴다. 불빛 정도만 겨우 볼 수 있고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구분할 수 없었다. 성치 못한 곳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인해 별다른 치료나 수술을 받지 못했다.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광명 씨는 아버지를 병으로 잃은 후 어머니를 따라 대구에 왔다. 어머니는 대구 근교에서 비닐하우스를 빌려 수박 농사를 지었다. 광명 씨 역시 일을 하고 싶었지만 보행이 어려운 데다 중증 시각장애까지 있는 그를 써주는 곳은 없었다.

집에서만 하루하루를 보내던 광명 씨는 어머니 지인 소개로 아내 조유옥(가명·47) 씨를 만나 37살쯤 결혼식을 올렸다. 유옥 씨 집안에서 장애가 있는 광명 씨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부부는 장모님을 피해 몰래 경산에서 신혼 방을 차렸다. 이후 처가 식구들과의 교류는 거의 끊겼다. 처가 식구들은 알고 있었을까. 아내 역시 장애가 있었다. 결혼 생활 중 아내가 말하는 내용이 일관적이지 않아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하니 지적장애 판정이 나왔다.

부부 모두 장애가 있어 생계를 이어 나가기 힘든 상황. 다행히 당시 월세로 살던 단칸방 집주인 아주머니가 부부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아들이 하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 부부를 취직 시켜줬다. 뒷정리, 심부름 같은 간단한 일밖에 할 수 없어 둘이 합쳐 한 달 80만원 버는 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직장이 생겼다는 마음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남들이 보기엔 불쌍하기만 한 삶일지 모른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 해서 '평범한 행복'에 대한 꿈과 열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부부 역시 행복을 바랐다. 그 간절한 마음에서 아들 희주(가명·20) 씨가 태어났다. 아버지에게서 '샤르코-마리-투스병'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채로. 기형적으로 휜 아들의 두 발을 만지며 광명 씨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늦다는 유치원 선생님 말을 듣고 검사를 진행한 결과, 희주 씨에게 언어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됐다.

◆언제쯤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치료, 버거운 의료비 고정 지출

공장에 다니면서 번 돈은 모두 아들의 치료비로 들어갔다. 단순히 힘들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하루하루가 고단했다. 아들 옷 한 벌 장만할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헌옷수거함을 뒤져 그나마 괜찮은 옷을 찾아 입혔지만, 아들은 그럴 때마다 "차라리 벗고 다니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선천적인 장애와 가난한 집안 환경을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게 일상인 희주 씨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기초생활수급가정으로 선정된 이후 희주 씨는 2018년 서울의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휠체어 없이 걸을 수 있게 됐지만, 100m 거리를 걸을 때 최소 5번은 쉬어야 할 정도로 여전히 보행이 어려워 도수치료 등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문제는 희주 씨를 비롯한 세 식구 모두 장애가 있고 건강이 안 좋아 고정적으로 나가는 의료비가 상당하며 향후 건강 악화에 따라 이러한 지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 연금 등을 합해 세 식구 몫으로 나오는 정부보조금 183만원이 한 달 소득의 전부인데, 그중 100만원가량이 의료비로 지출되고 있다. 의료급여가 나오지만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다. 우선, 희주 씨는 지역 병원에서 매주 한번 도수치료를 받고 있는데, 보험 적용이 안 돼 도수치료 비용으로 매달 40만원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수술을 받은 서울 지역 병원에서 1년에 최소 4번은 각종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검사 비용은 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한번 갈 때마다 40만원이 깨진다.

아버지 광명 씨는 3년 전 신장장애 등급을 받는 등 신장에도 이상이 생겨 오른쪽 팔에 인공힘줄을 심는 수술을 받았다. 보험 대상이 아니라 비용 문제로 수술을 못 하고 있다가 다행히 마음씨 좋은 의사 선생님이 사정을 봐줘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관리를 잘 못 해 인공힘줄에 문제가 생긴다면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재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혈액순환이 안 되는 채로 방치할 경우 팔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인공힘줄에 문제가 안 생기게 하려고 집안에서도 최소한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늘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내 유옥 씨 또한 지적장애 외에 우울증, 분노조절 장애 등으로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질환, 만성신부전증 등 각종 병을 달고 살고 있다.

비좁은 13평짜리 임대주택 방에 옹기종기 모인 세 식구. 유옥 씨가 아들의 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대학 수업을 들으러 오늘도 저 두 발로 부단히 걸었을 테다. 그런 아들의 발마저 볼 수 없는 광명 씨의 시선은 허공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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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소홀하고 생활비 제대로 안 주던 남편 간병하다 최근 세상 떠나고 딸 양육비, 남편 치료비 갚기, 밀린 월세 내기 막막한데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심기란 씨에게 2,736만원 전달

가정에 소홀했던 남편이 최근 세상을 떠난 뒤 딸 양육비와 남편 치료비, 밀린 월세에 막막한 심기란(매일신문 5월 2일자 10면) 씨에게 2천736만2천728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주)태원전기 50만원 ▷법무사황갑용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이신덕 30만원 ▷성현탁 20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김보라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권미경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남장호 1만원 ▷박태훈 1만원 ▷이진기 5천원 ▷김건율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편은 가정 방치해 11평짜리 임대주택에서 40년 넘게 홀로 중증 지적장애 자녀 키우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백자경 씨에게 2,185만원 성금

11평짜리 임대주택에서 40년 넘게 중증 지적장애 아들과 딸을 키우며 여든이 넘는 연로한 몸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백자경(매일신문 5월 9일자 10면) 씨에게 43개 단체, 175명의 독자가 2천185만5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주)대구은행 100만원 ▷㈜세원정공물산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남의원(김홍구)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프루스트(한유미)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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