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모두의 청와대

입력 2023-05-09 19:51:59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출입했던 시절, 기자는 대통령실 공간인 청와대가 너무 넓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들어가 보면 향취가 달라질 정도로 녹지 공간이 드넓게 펼쳐졌고, 본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서울 시내 전경이 확 들어왔다. 반면 직원들이 일하는 비서동은 지나치게 좁고, 오르내리는 계단이 거의 수직에 가까울 만큼 협소했다.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러한 치명적 약점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넓은 부지, 비효율적인 업무 공간, 도심과 떨어진 단절성 등을 생각했을 터. 그래서 문 전 대통령은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외교부가 위치한 도심 쪽으로 옮긴 뒤 대통령이 시민들과 퇴근길 맥주잔도 나누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하고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청와대 이전은 없던 일이 됐다. 여러 여건을 고려했을 때 서울 도심으로의 대통령실 이전이 어렵다고 보고 포기한 것이다. 대통령실 이전 공약을 포기했던 2019년 초,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전언을 떠올려 보면 경호상 어려움이 가장 크게 제기됐다고 한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대통령실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기기로 결정한 뒤, 꼭 1년 전인 2022년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되돌려주는 개방 조치가 이뤄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을 졸속이라고 폄하하면서 '제2의 4대강' 프레임까지 씌웠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인해 안보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난타했다.

민주당의 주장은 틀린 말이었고, 청와대는 지난 5일 기준으로 누적 관람객 숫자가 342만 명을 기록, 국민적 명소로 올라섰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최고 권력자들이 사실상 독점해 온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지가 국민의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야당의 딴지를 돌려세운 윤 대통령의 분명한 치적이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장소의 이전을 뛰어넘어 제왕의 권좌에서 통치자의 자리로 내려오는 '권력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통령실 이전의 의미를 완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