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10명 중 6명 군주제 지지…외교·관광 효과 긍정적
왕실 세금 지원 부정적·선출 권력 희망…영연방 구심력 약해져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6일 대관식을 치르고 정식으로 무게 2㎏가 넘는 왕관을 쓴다.
화려한 왕관이 대표하는 대관식을 향한 영국인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왕실 지지가 여전히 과반이 넘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카리스마가 걷히고 물가 급등으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며 눌려있던 불만이 영국과 영연방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군주가 투표로 뽑히는 존재는 아니지만 '백성'의 지지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영국 왕실 지지 여론은 60%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는 4월 조사에서 군주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62%로 1년 전과 비슷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열성 왕실 팬들은 대관식 행렬을 보려고 며칠 전부터 버킹엄궁 앞 명당에 진을 쳤다.
보석이 박힌 왕관과 화려한 황금마차 행렬, 웅장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1천년 역사가 담긴 예식, 거리에 나부끼는 거대한 국기, 세계의 관심은 영국인들에게 사라진 대영제국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왕실 팬까진 아니더라도 왕실이 외교와 관광에 도움이 되니 '실용적인' 측면에서 유지하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굳이 바꿀 필요까진 없다는 것이다.
군주제 지지는 10년 전에는 75%에 달하다가 하락세다.
특히 18∼24세의 지지는 36%로 2015년(69%)의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공화제 지지가 40%로 더 높다.
반면 65세 이상은 군주제 지지가 79%로 예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8∼24세 지지는 2020년 전후로 크게 추락했는데 이때가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왕실 결별,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크게 불거졌을 때다.
세금이 들어가는 화려한 대관식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유고브 조사에서 51%가 대관식 세금 지원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영국 정부는 대관식이 끝난 뒤에 비용을 공개할 예정인데 일각에서는 1천억파운드(약 1천670억원) 추정이 나온다.
브렉시트와 코로나19 여파에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은 생계비를 대느라 쪼들리는데 어마어마한 자산을 보유한 국왕의 대관식을 왜 세금으로 치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관식을 계기로 영연방 왕국에서는 공화국 전환 움직임이 커지고 식민지배에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외교·경제 파워가 축소되면서 구심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영국 보수당 상원의원 마이클 애쉬크로포트가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 약 2만3천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6개국에서 당장 내일 국민투표를 한다면 공화국 전환을 선택하겠다는 답변이 군주제 유지보다 많이 나왔다.
이미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했고 앤티가 바부다,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국가들이 독립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총리들은 당장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화정이 지향할 방향이란 입장을 밝히곤 한다.
영연방 소속 12개 국가의 원주민 정치인과 유력인사 등은 최근 찰스 3세에게 '사과, 배상, 유물과 유해의 반환'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영국의 식민 지배를 공식 사과하고 왕실 재산을 이용해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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