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실 아스팔트' 불안감 확산…발주공사 두께 미달 59%

입력 2023-05-04 13:48:52 수정 2023-05-04 21:09:54

사업비 101억원 들이고도 안전 위협…사진만 보고 준공, 적정성 여부 검사하지 않아
전문가 "파손 위험…전수조사해야"…市 "관리·감독 강화안 검토 예정"

1일 오후 방문한 대구 서구 대평리시장 인근 골목길에 아스팔트가 깔려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일부 구간에서 부실시공이 확인됐다. 윤수진 기자
1일 오후 방문한 대구 서구 대평리시장 인근 골목길에 아스팔트가 깔려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일부 구간에서 부실시공이 확인됐다. 윤수진 기자

최근 대구 서구청이 발주한 도로 아스팔트 포장 공사에서 대규모 부실시공 정황(매일신문 4월 30일)이 드러난 가운데 서구뿐 아니라 대구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실하게 시공된 아스팔트는 변형되기 쉽고 포트홀 등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대구시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일 오후 방문한 서구 대평리시장 골목길에는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새까만 아스팔트가 깔려 있었다. 지난해 7월 서구는 폭 8m, 길이 260m의 이 도로에 차도블록을 철거하고 아스팔트를 덧씌우는 작업을 했다.

문제는 도로의 아스팔트 포장이 일부 구간에서 기준치(5cm)보다 얇게 시공됐다는 것이다. 육안이나 사진으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감사원이 시료를 채취해 측정한 결과 표면 두께가 3.13cm에 그쳤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구청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주한 15건의 노후 아스팔트 포장공사에서 부실시공 정황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검사한 110개 시료 가운데 절반 이상인 65개(59.11%)가 시공 기준보다 얇았다. 연관된 업체는 12개, 전체 공사비는 101억5천100만원에 달한다.

지방계약법 등에 따르면 공사 발주 기관인 서구청은 아스팔트 두께와 밀도 등을 검사해야 하고, 업체는 이를 위해 품질관리 시험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서구청은 현장 사진을 첨부한 준공완료 보고서만 제출받은 채 별도의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서구청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자 다른 구청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랴부랴 공사 업체를 통해 품질관리 시험성적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각 구청은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3천㎡ 이상 아스팔트 공사에 대해서만 시험성적을 받고, 시료를 채취해 적정성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3천㎡ 이하까지 검사하면서 부실시공이 대거 확인됐다. 3천㎡ 이하 아스팔트 공사는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였던 것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서구청 감사 이후에는 시료 채취 등 품질 검사를 다 했고,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감사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스팔트가 부실시공됐을 경우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영목 영남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아스팔트 표층을 얇게 시공하면 지지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요철이 발생해 평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운전이나 보행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균 계명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역시 "아스팔트가 기준 포장 두께보다 얇으면 설계 수명까지 견디지 못하고 파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구시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 부실시공이 없는지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이 계속 바뀌면서 해당 규정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도로 재포장 공사는 기존 구조물 위에 아스팔트를 깔다보니 두께를 일정하게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시료를 다시 채취해 검사하고 재시공이나 보완시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발방지책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공사 현장이 워낙 방대해 전수조사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아스팔트 포장 등 업무는 구‧군에 위임하는 사무라는 점도 강조했다. 남명기 대구시 도로과장은 "자체적으로 서구청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고 추후에 감사실과 의논해 관리감독 강화 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고 했다.